이주영의 무용읽기_명무에서 新명무로

명작(名作)의 재발견과 재창조
한국의 춤 - 전통춤마켓, ‘명무에서 新명무로’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1.03 20:04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2022년 9월 27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개최된 이번 공연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프로그래밍 중 기획제작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한국의 춤 – 전통춤마켓’에 담지된 전통성과 경영성 추구는 전통춤길 속에서 고민할 지점 중 하나다. 25회째를 맞이한 2022년도 시댄스는 세계 속 춤 수용과 우리춤의 해외 진출 등 여러 목적을 가지고 진행된다. 그 중 이번 공연 ‘명무에서 新명무로’에 유독 시선이 가는 이유가 있다. 명무(名舞)는 기본적으로 사전에서도 적시하고 있듯 ‘춤에 대한 기예가 뛰어난 유명한 사람’을 일차적으로 의미한다. 하지만 시댄스에서의 명무와 新명무에 대한 개념에 대해선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북 영어 표기에서도 이 타이틀에 대해 ‘From a Masterpiece to a New Masterpiece’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듯 명무는 ‘명작(名作)’을 뜻한다. 이를 기준으로 의미를 다시 한 번 보자면, 필자는 ‘명무에서 新명무로’의 의미는 ‘명작의 재발견’ 이자 ‘명작의 재창조’라고 말하고 싶다. 전통춤이 지닌 고유성을 충실히 따르되 춤추는 이가 누구든지 간에 새로움을 더한 당대적 가치를 지닌 우리춤의 지향점이 담긴 공연을 의미한다. 문자적 단순 해석에 함몰될 필요가 없다. ‘한국의 춤 – 전통춤마켓’이라는 기획적 의지를 표방한 것도 우리춤의 확장을 도모하자는 목적이 내포됨은 불문가지다. 김진희 프로그램 디렉터의 고심이 이 프로젝트에 잘 담겨있음을 무대 현장에서 다시 한 번 목도했다.

임성옥의 ‘살풀이춤_홀연’

총 여덟 작품 중 프롤로그 격인 김춘희의 ‘축원-향발무’는 향발(響鈸)이 지닌 기원성이 축원의 의미를 담아 발산된다. 이어진 무대는 태평무, 김백봉부채춤 이수자이며, 김백봉부채춤보존회장을 맡고 있는 임성옥의 ‘살풀이춤_홀연’ 무대다. 마지막 작품인 ‘학춤’ 과 더불어 이번 무대에서 강한 인상과 잔상을 남긴 작품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임성옥은 깊은 구음과 함께 무겁게 무대를 응시한다. 선인들이 남긴 춤길 위에 홀연히 여정을 떠나는 심정의 고백이 진중하다 못해 숭고하다. 장중함의 타래를 하나씩 끄집어 낸다. 구음이 동행이라고 하듯 따뜻하게 받쳐 준다. 단단한 춤학습과 공력이 살풀이 수건에 동여맨 수작(秀作)이다.

김춘희의 ‘축원-향발무’

우아한 기품이 공간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공간을 유영하는 춤사위는 산조춤이 지닌 율(律)과 자유(自由)의 간극을 경계없이 메꾼다. 벽사 정재만의 ‘청풍명월’에 기반해 하담이주연무용단 대표이자 무형유산연합 白眉 수석부이사장인 이주연은 ‘녹수청산-산조춤’으로 통섭의 미를 객석에 전달했다. 창원대 교수 노현식은 ‘현학무’를 통해 선비의 춤정신을 무대를 통해 구현한다. 이 작품은 고구려 왕산악(王山岳)이 여섯 줄 거문고를 만들어 연주했을 때 검은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는 설화에 바탕한다. 풍류 속 반향이 거문고의 표징처럼 춤 또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음을 편안하게 보여준다.

이주연의 ‘녹수청산-산조춤’
노현식의 ‘현학무’

분위기가 전환된다. 경기도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김충한은 ‘소고무’를 통해 세 가지 지점을 관통한다. ‘놀이성, 풍류성, 드라마성’이다. 세 가지를 교집합시키는 것이 녹록지 않으나 김충한은 조택원이 보여준 원작을 바탕으로 그의 미망인인 김문숙의 고증과 전수를 통해 재해석의 결실을 무대에서 보여줬다. 태평무 이수자로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양승미는 ‘양승미류 진쇠춤’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농악에서 사용되는 악기 중 꽹과리(진쇠)를 독립시켜 만든 이 춤은 다양한 춤사위와 여러 장단의 어우러짐이 신명을 더한다. 하나의 ‘류(流)’로 발전된 것은 진화의 춤이요, 전승・확장의 춤임을 함의한다.

김충한의 ‘소고무’
양승미의 ‘양승미류 진쇠춤’

부채의 반원과 명주 천이 만나 직선과 곡선을 교차시키고, 맺고 풀림의 교차성 또한 증폭시킨 무대, ‘선살풀이춤’. 계명대 장유경 교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지 오래다. 2003년 초연, 2019년 재구성작으로 대구와 서울 등 여러 무대를 통해 춤의 지경을 확장하고 있다. 新명무의 길에 부합되는 레퍼토리다. 피날레는 학에 대한 연구와 실연에 집중하고 있는 충남대 정은혜 교수의 ‘학춤’이다. 자연과 인간, 학과 자연이라는 연결 구도를 미학화 시킨 정은혜의 춤적 결과물은 학춤이 지닌 고고성과 재창조된 학춤의 예술성 간 만남이다. 학의 날개짓을 넘어 춤의 날개짓을 크게 한 창의성 강한 작품이다.

장유경의 ‘선살풀이춤’
정은혜의 ‘학춤’

‘명무에서 新명무로’의 의미가 충실하게 무대에서 살아 숨 쉰 이번 공연은 전통춤이 지닌 고유성의 창조적 확장, 과거-현재-미래를 잇고 연결하는 춤의 순환성과 연속성 확보,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당대적 가치의 준엄한 필요성을 환기시킨 무대다. 2023년의 新명무는 오늘의 춤이자 내일의 춤으로 다시 한 번 우리를 호명할 것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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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명무에서 新명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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