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국가무형유산 처용무가 서사(敍事)의 날개를 달았다. 한국춤서사연구소 최미연 소장이 마련한 <처용무 렉쳐 퍼포먼스> 무대다. 2025년 10월 18~19일, 포스트극장에서 개최된 이번 공연은 「처용무의 무용서사와 상상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최미연 처용무 전수자의 연구와 실연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국문학을 전공한 최미연은 창무회 단원(2000~2005)으로 활동했다. <몸-新공무도하가>(2000), <군상>(2000), <아우라지>(2000), 김매자 <심청>(2002), <칼>(2004), <흥·정·광·동>(2005), <강변북로>(2005) 등에 출연하였다. 윤수미의 <inbetween>(2004) 작품에는 공동안무자로 참여한 바 있다.
최미연은 졸업 후, 한예종 무용원에서 무용 이론(석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에서 무용인류학(박사)을 전공했다. 한예종 무용원의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역임했다. 특히 한국춤서사연구소 설립을 통해 한국춤을 대중적인 치유로 활용하는 연구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분기점을 이룬 공연이라 할 수 있다.
무용인류학적인 방법으로 춤을 복원, 창작하고 있는 최미연은 처용무의 당대적 가치를 오늘에 되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서사’, ‘복원’, ‘창작’, ‘치유’라는 키워드가 처용무 탈속에 눅진하게 들어가 있다. ‘렉쳐 퍼포먼스(Lecture Performance)’ 형식을 도입해 이번 무대에서 구현한 것은 실효성 컸다.
구비설화로 푼 창작 처용무가 첫 문을 열었다. ‘도량넓은 남편’ 설화 이야기가 <아름다운 관용>으로 탄생됐다. 최미연 안무자와 노승혁 무용수가 출연했다. 울산처용탈방(김현우 장인)이 (사)국가무형유산 처용무보존회에 제공한 탈이 무대 중앙 앞쪽에 자리잡고 있다. 서사의 문을 열고, 메타포까지 담지 돼 있다. 처용탈과 아내, 아내의 과거 연인이라는 삼각 구도가 자리잡는다. 그리움, 괴로움, 환희 등 다층적 감정이 교차된다. 남자가 떠나간 빈자리에 1인 처용무(이경진)가 이어받는다. 창작 처용무와 정재 1인 처용무의 자연스러운 연결은 처용무의 매력을 증폭하는 데 기여했다.
렉쳐 느낌을 자아내는 '토크 콘서트'가 이어진다. 사회자 이주영과 최미연 선생의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진 토크는 작품 내용, 처용무의 복원과 해석, 『처용무의 신화분석과 무용서사 해석』을 출간한 최미연 저자와의 만남이란 의미도 더해 생생함과 유익함을 동시에 제공했다.
‘『악학궤범』 문헌 복원 처용무’는 안무자 최미연이 『악학궤범』 <처용가> 속 노래 가사를 정리하여 김보라(작곡, 가창)에게 의뢰해 무대에 올렸다. 문헌상 처용무는 ‘고려 처용가’를 시작으로 이어진 여러 고려가요의 노래 가사에 맞춰 춘 춤이라는 점에 주목해 실천의 미덕을 보여줬다. 이번 무대는 조선 전기 ‘고려 처용가’ 부분의 가창에 맞춰 추는 처용무 형태의 복원이다. 이경진, 김은빈, 이재경, 권명옥, 김수현 등 처용무 이수자들이 출연해 가치를 높였다.
문헌 복원 처용무(이경진, 김은빈, 이재경, 권명옥, 김수현)
피날레는 미래를 향했다. 전승과 계승, 창작도 중요하지만 무형유산의 현대적 활용은 빼놓을 수 없다. 처용무 춤동작을 통해 인간 내면의 서사를 탐색하고, 치유와 연결시켜 재창작한 춤, ‘춤 서사 치유 체험용 처용무’다. ‘나는 나비’ 곡목에 맞춰 교복 입은 중학생 오선후와 처용무 복식을 한 이재경 이수자가 함께했다.
춤 서사 치유 체험용 처용무(이재경, 오선후)
김중섭 처용무 예능보유자를 비롯한 여러 국문학자들, 다수 관객들이 참석해 ‘창작 처용무’, ‘전통 처용무’, ‘복원 처용무’, ‘치유체험용 처용무’ 등 다양한 처용무의 변신을 목도했다. 무형유산의 가치를 묵직하게 견지하면서도 서사에 기반한 창작, 문헌 복원 등의 의미있는 작업을 한 최미연 선생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국춤서사연구소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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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처용무 렉쳐 퍼포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