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젊은 무용수들이 젊은 영혼을 위로했다. 위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자유를 보여줬다. 대구에서 있었던 프로젝트 참(Project CHAM)의 <BLACK DIAMOND> 공연이다. 대구문화창작소가 주최하고, Project CHAM과 COVE(대표 서미교)가 주관한 이번 무대는 아픈 역사 속 현실을 모티브로 해 무용창작의 성장과 확장을 동시에 보여준 시간이었다. 2025년 4월 26일, 대구 달성예술극장에서 진행됐다.

창작은 단초 마련이 중요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를 졸업한 안무자 변수민은 1943년 일제강점기, 군함도(軍艦島)로 널리 알려진 하시마섬(端島)에서 일어난 강제징용 사건을 오늘에 마주케 했다. 지하 1,000미터 아래 깊고 어두운 지하 갱도에서 ‘검은 다이아몬드(BLACK DIAMOND)’를 캐기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헌정(獻呈)이자 과거를 통해 희망의 내일을 연 숙연하되 찬연한 무대다.

변수민 안무 'BLACK DIAMOND'

2024년 5월 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최된 대한무용협회의 ‘2024 젊은안무자창작공연’에서 우수안무자상을 수상한 <BLACK DIAMOND>. 서울 공연에서 깊은 인상을 준 데 이어 약 1년 후인 2025년 4월 하순에 더 성장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경연이라는 형식과 한정된 시간을 넘어 대구 공연에서는 무용의 창작 확장이란 측면에서 몇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선명한 주제의식, 안정된 전개, 효과적인 오브제 활용, 안무를 수용한 움직임의 발현 등이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안무와 출연의 변수민을 중심으로 윤효인, 이유선, 김건우 등의 순수무용 전공 출신과 한기태, 이민석 등 실용무용 전공자의 결합력은 ‘예술은 인간을 결합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프로젝트 참의 비전처럼 작품을 통해 드러냈다.

공연이 시작되면, 한 남자에 의해 고통받는 모습이 군무들의 느릿한 움직임에 의해 퍼져나간다. 무대 중앙에 포개어진 군상(群像)은 과거 역사의 현상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 무용수들을 밟는 장면은 함의가 크다.

'BLACK DIAMOND'

5명이 무리지어 여기저기를 기어다닌다. 무용수들의 허리춤에 있는 로프와 서로간에 연결된 고무줄은 ‘영원한 족쇄’로 기호화됐다. 억압과 고통의 절규를 단적으로 처리하면서도 상호간 하나된 모습까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오브제로 활용된 고무줄은 ‘묶임과 엮임’이라는 표현의 영역도 존재하지만 ‘힘의 원천’이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메타포(metaphor)까지 담지했다. 안무자의 통찰력이 발휘된 지점이다.

이 작품에서는 춤적인 부분 외에 기어가는 모습, 상호 연결된 장면, 탭댄스, 하우스 스텝 등 여러 모습들이 각 씬을 넘나들며 입체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후반부 무용수들이 검정 한지를 물고 꽃을 형상화 한다. 고통속에 스러져 간 젊은 영혼들에 대한 헌무(獻舞)다. 얼굴을 가린 한지는 군함도의 이름 모를 누군가를 상징한다. 겉은 꽃처럼 연약하지만 그 속에 침잠된 강인한 정신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었다. 상징미(象徵美)와 대조미(對照美)가 숭고미(崇高美)로 고양된 순간이다.

프로젝트 참(Project CHAM)의 'BLACK DIAMOND'

고무줄이 풀어진 후의 자유함이 넘쳐난다. 고통은 삶을 부르고, 그 삶은 자유를 외쳤다. 변수민 안무 <BLACK DIAMOND>는 소품(小品)에서 중작(中作)으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이번 공연을 통해 입증했다. 2025년 12월,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더 단단해진 무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가장 질 좋은 석탄을 의미하는 검은 다이아몬드(BLACK DIAMOND)처럼 순도(純度) 높게 빛날 그 순간을 COVE와 함께 손꼽아 본다.

'BLACK DIAMOND' 대구공연 포스터

이주영(무용평론가・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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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BLACK DIAM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