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두 명의 춤꾼이 만났다. 춤길을 같이 걷고 있는 무용가 유진주와 안상화이다. 한국 전통춤 선후배로 만난 두 명이 의기투합해 마련한 무대가 있었다. 2025년 4월 30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개최된 <춤과 춤으로 만나다>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공연은 각자가 두 작품씩을 하고, 듀엣 무대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2인무 전에는 이날의 공연을 축하하는 의미로 가야금 연주자 이지혜가 황병기 작곡 ‘춘설(春雪)’을 서정성 있게 담아냈다.
이번 공연은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진흥원의 후원으로 2025년 이수자 지원사업 선정작 무대다. 유진주는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 안상화는 국가무형유산 승무 전수자다. 각각 한영숙류(박재희), 이매방류(채상묵)의 춤맥을 이어가고 있는 역량있는 춤꾼들이다.
교차공연 특성을 반영해 흐름을 이어간 <춤과 춤으로 만나다>는 몇 가지 의의가 있다. 첫째는 전통춤 계승이라는 측면이다. 해당 류(流)에 대한 전승자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둘째는 춤과 이야기가 있는 무대다. 공연 중간에 나와 각자가 마이크를 잡고, 객석에 전한 진솔한 춤 이야기는 솔직, 담백했다. 스며든 힘이 컸다. 셋째, 둘이 하나 된 무대다. 각자가 걸어온 춤의 궤적을 보여주되 두 춤이 만나 하나로 이어진 공연은 ‘춤은 하나’, ‘동행하는 춤길’임을 따뜻하게 알렸다. 춤과 춤이 만난 이번 무대는 결국 춤과 춤 그 너머의 춤과 사람, 춤과 삶까지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 문을 유진주의 ‘가인여옥’이 연다. 단아한 절제미 속 흥과 멋이 들어있는 벽파입춤이다. 여인의 심성과 자태를 춤의 태(態)로 고양한 유진주는 ‘가인여옥’을 자신의 미감(美感)을 담아 채색했다. 오프닝으로 적합한 레퍼토리였다.
승무 전수자 안상화가 ‘승무’를 클래시컬하게 선보인다. 이매방-채상묵으로 이어지고 있는 승무에 대한 열정, 춤에 대한 안상화의 진정성이 읽힌다.
유진주가 품격있게 등장한다. 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지고 있는 ‘태평무’다. 장단별 춤적 전개가 유려하다. 박재희 태평무 보유자의 춤맥을 유진주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승무와 더불어 이매방류의 대표 레퍼토리인 ‘살풀이춤’. 안상화는 앞에 이어진 춤 이야기의 분위기를 춤으로 끌어 올린다. 정성스럽게 길어 올린 춤의 이름은 예(藝)와 예(禮)다. 전통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가야금 독주 후, 피날레 무대는 두 명의 전승자가 함께한 ‘진도북춤’이다. 평소에도 두 명의 춤 호흡이 좋은데 이날 공연에서도 어우러짐은 두드림을 통한 울림이 됐다. 공명성 크다.
춤 공연과 더불어 각자의 춤 이야기는 울림이 컸다. 유진주 선생은 춤을 ‘희망과 위로’로 말한다. 스승, 춤벗과 함께하는 춤길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안상화는 춤은 ‘불꽃’이라 했다. 깊이있게, 지속적으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다.
춤과 춤이 만난 무대, 전통춤, 전통춤길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 시간이었다. 전통춤에 대한 철학과 가치가 탄탄한 두 전승자의 이번 무대는 춤 이상의 무대였다. ‘춤의 사람’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이주영(무용평론가・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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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춤과 춤으로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