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재)국립정동극장(대표이사 정성숙) 프로그래밍(programming)이 요즘 핫하다. 주 무대인 국립정동극장을 비롯해 국립정동극장 세실 등 기관 내 공연장을 적극 활용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25 정동 시즌의 첫 무대인 전통연희극 <광대>가 2025년 1월 15일부터 2월 16일(평자 1월 26일 관람)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됐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광대'
2025년 국립정동극장은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협률사(協律社)의 후신인 원각사(圓覺社) 복원 취지로 1905년 문을 연 것이 바로 정동극장이다. 2021년 국립 공연장으로 승격됐다. 이러한 역사를 주춧돌 삼아 최초 근대식 유료공연 ‘소춘대유희(笑春臺遊戲)’를 모티브로 세월의 벽을 허물고, 미래로 나아가는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국립정동극장은 2012년 ‘소춘대유희’를 초연했다. 현대적 재해석이 가미된 2021년의 ‘소춘대유희_백년광대’, 2024년 쇼케이스 공연을 거쳐 2025년 30회 이상의 장기공연을 시도한 것이다. 전통의 역사, 극장의 정체성, 예술단의 지향점을 고민한 흔적이 충분히 감지된다.
오방신
120년 전 광대들이 극장으로 들어온다. 익숙했던 극장이 낯선 곳으로 변한다. 춤 광대, 소리 광대, 재주 광대, 탈 광대, 궁중 광대, 유랑 광대 등 무수한 광대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공연이 시작되면, 극장은 리허설 현장으로 바뀐다. 소리꾼 순백(이상화)이 연출을 맡고 있다. 기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오방신과 백년광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혼비백산하는 단원들, 깨어난 순백은 무대 위 아이(최이정)를 마주한다.
화관무
선배들을 찾아 의상실로 향한 단원 모두리(이예도). 백년광대들과 마주친다. 이 작품에는 연희와 더불어 궁중정재, 민속춤, 창작춤 등 다양한 춤 레퍼토리가 등장해 극적 전개에 입체감을 준다. 스토리성 강화에도 주된 역할을 했다. 화관무를 시작으로 아박무, 한량무, 초리춤 등 다양하다. 특히 두리와 백년광대 중 조선 제일의 춤꾼 초희(박소현)의 춤 배틀은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부여했다. 초희 역의 박소현은 탄탄한 춤 실력을 기반으로 솔리스트와 군무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오갔다.
백년광대 초희(박소현)
작품에서 순백은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등 소리를 한다. 종반부 이동백 명창의 ‘새타령’ 소리가 역사의 빛을 드리운다. 이 공연은 프로젝션 맵핑, 홀로그램 등 미디어아트 기술이 작품에 수용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연스럽게 잇댔다.
정동극장의 변천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 수 있다. 전통 갈라 중심의 상설공연, 연극, 뮤지컬 등 여러 형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구현했었다. 현재는 가무악희(歌舞樂戱) 중심의 전통연희극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하면서 ‘세실풍류’, ‘창작ing’, ‘청춘만발’ 등 참신한 기획으로 대중과 교감을 이루고 있다.
아박무
이번 작품을 통해 이립(而立)을 맞은 국립정동극장의 미래가 밝음을 확인했다. 콘텐츠에 대한 고민과 성과에서 그 답을 알 수 있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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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국립정동극장 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