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공연 제목 ‘윋’이 새롭다. 무용가 고상윤이 명명한 단어다. 한 음절이지만 함의가 크다. ‘WE+爲+WITH’가 합성됐다. 한마디로 ‘함께다’라는 뜻이다. 2025년 1월 5일, 포스트극장에서 개최된 고상윤(호남살풀이춤,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의 <윋, 시시(詩始)하게> 공연은 ‘함께’라는 의미를 실체적으로 보여줬다. 전통춤을 작품의 주요 인자로 삼되 춤과 시(詩)의 연결, 호남살풀이춤 멤버들과의 춤 동행, 관객과의 소통, 전통춤의 동시대적 구현이라는 포부를 당당히 새해에 알렸다.
김현 시인이 고상윤의 시를 낭송한 후, 최선류 ‘동초수건춤’이 시작된다. 무용수들이 천천히 들어온다. 동초의 분위기가 공간을 채운다. 정다은, 고상윤, 김나영, 윤초아, 우지윤이 함께한 이 작품은 극장 컨디션을 고려한 안무와 공간 운영이 적절했다. 재구성된 ‘동초수건춤’이 첫 문을 여는 무대로 편안하다.
아쟁소리와 함께 최유진이 등장한다. 이매방류 ‘승무’가 펼쳐진다. 구성과 음악 등에 변화를 줘 입체감이 상승된다. 곡선미 가득한 장삼자락의 흩날림 이후, 북가락의 대범함은 승무가 지닌 춤미학을 한껏 끌어 올렸다.
사회자와 시인의 토크 후, 김현 시인의 시 ‘뭐랄까’가 잔잔히 공간을 채워 나간다. 시의 여운을 이어받아 김희진이 춘 한영숙류 ‘태평무’. 한영숙류 특유의 깔끔함과 고고함, 섬세함이 춤 마디마디에 아로새겨지는 순간이다.
임관규류 ‘춘풍화무(春風花舞)’가 김나영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부채를 든 여인의 단아함, 절제, 그러면서도 힘찬 기상까지 내포된 임관규 선생의 대표 레퍼토리다. 김나영은 선 굵은 춤 속에서도 우아미가 담겼다.
잔잔한 울림의 춤이 객석까지 파고든다. 윤초아의 이동안류 ‘신칼대신무’다. 죽은 아버지의 가는 길을 무구(舞具)인 신칼을 들고 평안의 길을 안내한다. 넋의 인도가 차분하되 깊다.
전통춤의 현대적 수용이란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가 무대에선 이루어진다. 해석과 재해석, 창조와 재창조의 연속이 예술의 숙명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고상윤이 야심차게 준비한 반주단의 연주와 함께 운동화, 모자,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눈과 귀가 무대로 향한다. 이 ‘장고춤’은 故 정민 선생으로부터 시작돼 안영화에 의해 경기제로 재구성됐다. 이를 조흥동 선생이 다듬었다. 낯섦의 신선함과 파격의 낯설음이 경계를 오간다. 필자는 전자에 무게를 두고자 한다.
관객과의 대화와 시 낭송 후, 피날레 무대로 고상윤의 최선류 ‘호남살풀이춤’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모던하되 감각적인 의상과 전통춤이 조우돼 춤의 파고가 높다. 수건뿌림이 세차다. 동시대적 접근을 위한 관점과 해석, 적용이란 화두에 고상윤이 문답(問答)했다.
‘함께’란 화두를 가지고, 전통춤 레퍼토리 구성을 통해 보여준 고상윤의 <윋> 시리즈 첫 번째 무대는 춤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향후 이 시리즈가 더 발전되고, 참신한 모습으로 마주하길 기대해본다. 새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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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고상윤의 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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