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강주미 개인춤판 ‘맥’

예맥(藝脈)의 오늘과 내일, 김온경류 홀춤 완판공연
강주미의 열한 번째 춤판 ‘맥’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6.10 14:18 | 최종 수정 2024.06.11 23:20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개인 춤판 열한 번째 무대, 강주미가 담아낸 ‘맥(脈)’이다. 2024년 3월 20일(수),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의 강주미・춤패바람이 주최한 이번 공연은 청화당 김온경류 홀춤 완판무대다. 연구와 현장, 전통과 창작을 넘나들며 춤의 지경을 깊고 넓게 하고 있는 부산춤꾼 강주미는 전체 프로그램 중 다섯 작품을 독무로 선보였다. 한 무대에서 적지않은 작품을 솔로춤으로 한다는 건 신체적, 정신적으로 녹록지 않다. 기우였다. 매 작품마다 혼연일체된 춤의 마디마디는 나이테를 그려나가며 웅숭깊은 춤결을 보여줬다.

강주미의 스승 청화당 김온경(1938~)은 부산시무형유산 동래고무 예능보유자다. 신라대 교수, (사)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동래권번 예능사범 강태홍(1893~1957), 부친 김동민(1909~1999) 선생을 비롯한 다수의 선생들로부터의 춤학습을 통한 고증, 복원, 정립으로 레퍼토리를 확립했다. 산조춤, 동래입춤, 승무, 동래문둥춤, 동래학춤, 동래고무, 두꺼비춤 등 적지 않다. 이러한 맥의 기운을 이어받은 강주미는 법고창신(法鼓創新) 정신으로 춤판 하나하나를 정성으로 물들였다.

동래입춤

스승 김온경과의 첫 춤 인연인 ‘산조춤’. 이 작품은 김동민의 요청으로 김온경을 위해 강태홍이 만들어 사사한 작품으로 작곡자가 안무한 특별함이 있다. 1949년에 강태홍이 안무하고, 1950년에 김온경이 초연한 실내홀춤 양식을 지닌다. 김율희 박사논문에 따르면, 이 춤은 산조음악과 춤사위가 그대로 일치하는 ‘음악의 시각화’, 여타의 전통춤과 다른 명확한 안무배경을 지닌 ‘발생의 명확성’ 등이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반듯한 춤기운이 퍼진다. 가야금 산조 명인 강태홍의 기본춤이다. 김온경 사사 당시 ‘굿거리춤’이었으나 이후 공연화로 ‘동래입춤’으로 명명된 작품이다. 구음, 장단 선율이 입춤의 춤적 가치를 상승시킨다. 동래권번 춤 예인들의 춤학습이 오버랩 돼 지난 세월을 오늘에 소환한다.

산조춤

가야금의 음유시인 최경철(부산가야금거문고앙상블 예술감독)의 ‘이화우’가 흩날림과 몰아침을 교차시킨다. 만개한 벚꽃이 봄바람에 춤춘다. 꽃비가 흩날리는 정경을 그린 18현 가야금 창작곡 ‘이화우’는 사라지는 봄 정취에 대한 아쉬움을 연주자 특유의 감성과 해석으로 담았다.

검정 장삼과 흰 고깔을 쓴 강주미의 ‘승무’. 꽃비가 사라진 자리에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고제 스타일 가득한 강태홍의 승무는 김온경이 유년기와 청소년 시기에 사사했다. 이후 한영숙, 정재만의 후속학습을 통해 춤이 보완된다. 세산조시 등 악적인 요소가 담지된 북가락이 시선을 끌었다.

승무

특별출연 무대가 춤을 잠시 쉬어가게 한다. 이내 흡입력 있다. 부산시무형유산 부산농악 장구 예능보유자 박종환의 ‘영남채상설장구’다. 조판조-이용식-박종환 계보로 이어지는 부산농악이다. 관객들은 영남지역 특유의 가락성을 만끽한다. 경륜, 여유, 수수함이 점철된 무대다.

사물과 태평소 반주가 춤을 부른다. 김온경이 복원한 ‘동래문둥춤’이다. 문둥이춤은 경남과 부산지역 가면극인 오광대와 야류에서 연행되는 춤이다. 통영오광대, 고성오광대, 동래야류의 문둥이춤이 대표적이다. 동래문둥춤을 통해 김온경의 춤사위 해석법, 호흡, 표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가지로 만든 탈을 쓴 문둥이는 병색이 완연하다. 눈, 코, 입이 비뚤어져 있고, 두 귀는 아예 없다. 동래문둥춤은 문둥이가 느끼는 삶의 고단함과 애환,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동래문둥춤

박종환이 이끄는 풍류전통예술원의 ‘앉은반 사물놀이’가 보이는 음악을 들려준다. 타악성 좋다. 동해안 별신굿의 쇠타법과 가락이 잇대져 흥에 신명을 더한다.

솟대 영상이 펼쳐진다. 도포와 갓을 착용한 강주미가 학이 된다. 피날레를 장식한 ‘동래학춤’은 동래 덧배기춤의 예술적 양식화를 거쳐 안착된 부산 동래지역 민속춤이다. 위엄, 멋, 박력을 갖춘 이 춤의 성정을 강주미는 품격과 자유함을 담아 풀어냈다. 정갈하다.

동래학춤

부산 원로무용가이자 지역춤의 산증인인 김온경의 홀춤만으로 구성한 특별한 무대. 강주미의 이번 개인 춤판은 열한 번째를 이어가며, 춤꾼으로서의 예인정신을 보여줬다. 각 작품은 이습 후 완판을 통해 치열함을 보여줌으로써 춤맥의 숭고함을 드리웠다. 사제간 30여 년의 춤인연은 미래의 전통을 살찌우는 자양분이 됐다. 지역춤의 가치를 넘어 문화유산, 문화콘텐츠의 제반 가치까지 보여준 의미있는 무대였다. 예맥(藝脈)의 오늘과 내일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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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강주미 개인춤판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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