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가림다댄스컴퍼니 2024 정기공연

인류의 공존, 춤으로 문답(問答)하다
가림다댄스컴퍼니, ‘GARIMDA REVOLUTION 5ZONE’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7.19 18:15 | 최종 수정 2024.07.20 10:20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앞선 정신(Leading Spirit)을 모토로 현대무용을 견인하는 가림다댄스컴퍼니(예술감독 손관중). 2024년도 정기공연에서도 명실상부했다. 서울문화재단 2024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인 이번 공연은 2024년 5월 25~26일(평자 25일 관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됐다. 컴퍼니 소속의 세 안무자(정윤정, 권민찬, 박종현)는 각자의 안무 색깔을 무대에 투영했다. 이를 교집합시킨 키워드는 ‘환경(環境)’이다. 유기체들과 무생물 환경까지 아우르는 생태계(ecosystem)와도 연결된다. 이는 지구와 인간으로 귀결된다. 기후변화, 기후위기 등 인류의 존재와도 직결되는 기후와 환경에 대한 고민은 현대사회에서 생명 존속, 유지와 불가분의 관계다. 세 안무자가 세상에 고한 공통의 화두는 무용의 사회학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 통찰력 있는 주제의식은 기량높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묻고 답했다.

정윤정 안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부의 첫 문은 정윤정 안무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열었다. 이 작품은 룰루 밀러(Lulu Miller)의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성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를 원전으로 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는 분류, 어류, 질서 등을 들 수 있다. 안무자는 ‘질서’를 선택했다. 생태계 속 우위를 점한다고 믿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에 주목했다. 질서는 선을 긋고, 층을 나눈다. 우열이 생긴다. 공존을 추구하는 인류의 삶 속에서 우열의 질서로 인한 역기능은 질서의 역행, 바로 파괴와 분열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대 오른쪽에 천이 보인다. 영상 속 정윤정의 모습이 관조하듯 응시한다. 사이키 조명 속 군무진의 블랙 물결이 일렁인다. 무대 후방에 위치한 사다리는 질서라는 계층성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기호성을 보여준다. 옷, 천 무더기가 낙하한다. 폐허가 된 세상이다. 질서와 혼돈, 분열과 정립, 율(律)과 무율(無律)의 느낌으로 작품을 각인시킨다. 특히 사다리의 높은 위치에 누워있는 모습은 수직을 제단하는 수평의 가치를 드러냈다.

객석에서 남자무용수가 등장한다. 무대 위에선 긴 파이프속에 머리를 넣는다. 보호 장구를착용한 모습도 심상찮다. 거대한 연기가 관 사이로 뿜어져 나온다. 잠시 뒤 느릿한 움직임 속 사유의 온기가 깃들기 시작한다. 권민찬의 솔로춤 후 간결한 여자 군무가 이어진다. 작품 속 색깔 변화는 온도의 상승과 하강, 그 속에 처해있는 푸른 별 위의 인간이 해야 할 사명을 웅변한다. 1부 두 번째 무대를 연 권민찬 안무의 ‘+2°C’. 기후위기 중 핵심사항 중 하나가 온도다.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높아지면 지구 생물의 30%가 멸종될 것이라는 위기감은 인류의 존재와도 연결된다. 제목이 주는 압축미는 춤 속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춤의 온기는 아름다운 2°C로 상승됐다.

권민찬 안무 ‘+2°C’
+2°C

두 번째 작품과 같은 온도를 이야기하지만 안무 접근과 전개면에서 차이를 보인 2부 무대는 박종현 안무작 ‘This warmld’이다. 권재헌의 솔로춤이 경쾌하게 음악을 탄다. 후방에 위치한 군무진이 앞으로 향한다. 의도적인 불협화음을 안무로 창출된다. 누워있는 무용수 사이로 나무 한 그루를 들고 들어온다. 장엄한 음악 속 대형천 속 움직임은 갇혀있는 지구를 탈피하고자 하는 모습같다. 큰 천을 벗긴 후, 위기와 고통에 봉착한 군상들을 통해 인류의 자화상이 드러난다. 혼재된 음악이 에워싸 느낌이 배가된다. 홀로 나무를 대지에 심는다. 지난 수년간 경고음을 내고 있는 지구 기온 상승에 대한 문제의식을 안무자는 자신의 언어로 채색했다.

박종현 안무 ‘This warmld’
This warmld

인류는 공존의 세계다. 파괴는 되돌릴 수 없는 강이 된다. 세 안무자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 낸 이번 가림다댄스컴퍼니 작품은 명확한 주제의식에 기반해 풀어 낸 색채미 강한 무대였다. 앞선 정신은 무대가 답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사진 : B.H.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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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가림다댄스컴퍼니 2024 정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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