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로미오&줄리엣Ⅱ

글로컬 춤극을 입증하다
브랜드콘텐츠 가능성...극장레퍼토리로 이어지길
대전시립무용단, ‘로미오&줄리엣Ⅱ - 유성과 예랑’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6.10 16:37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셰익스피어가 대전에 왔다. 대문호의 명작은 한국적 수용을 통해 춤으로 다시 태어났다. 작년 6월, 초연작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이 작품은 올해 ‘로미오&줄리엣Ⅱ - 유성과 예랑’으로 브랜드콘텐츠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4년 5월 31일, 6월 1일(평자 6월 1일 관람) 양일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명확한 기획의도가 레퍼토리로 수용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유성(이현수)과 예랑(서예린)

첫째, 글로컬의 지향이다. 글로컬(glocal)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의미한다. 이 작품에서는 원작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를 유성과 예랑의 배경인 아티언스 대전과 조우시켰다. 원작의 성당은 유성과 서구의 느티나무로 치환된다. 카스텔베키오(castelvecchio) 전망대와 대전의 도솔산, 아디제(adige) 강과 갑천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지리적, 인문학적, 예술적 결합이 돋보인다. 둘째, 원전을 한국적으로 수용한 창의적 발상과 구현이다. 이는 콘텐츠인 레퍼토리로 확인 가능하다. 레퍼토리는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3요소는 대표성, 예술성, 지속성이다. ‘극장레퍼토리’를 연구한 필자는 공연콘텐츠가 지속성, 확장성을 가져야 함을 주장한 바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근간으로 국가・지역・극장 등의 부합도, 관객과의 높은 접점과 경영적 지원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는 기제다. 작년과 올해 두 차례 정기공연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이러한 요소들을 갖추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 향후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해 대전을 담되 대전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예술적 지원과 창작성 제고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전시립무용단, ‘로미오&줄리엣Ⅱ - 유성과 예랑’

줄광대(신재웅)의 재담어린 인사로 막이 오른다. 동쪽 마을과 서쪽 마을의 사소한 갈등은 갈등을 증폭시킨다. 중앙의 느티나무를 두고 정령의 기도가 시작된다. 비극에 대한 복선이다. 평안을 바라는 두 마을은 제의를 통해 합보다 분열쪽으로 기운다.

두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벌인다. 달잔치다. 연희성 강하다. 주인공 유성(이현수)과 예랑(서예린)은 서로에게 끌린다. 개인 대 개인, 집단 대 집단 간의 대결이 이어진다. 갈등속에서도 깊어지는 운명적 사랑은 싸움을 훌쩍 넘어선다.

느티나무 정령(육혜수)

사랑의 연결고리 문(門)은 밤하늘의 문(moon)과 오버랩 된다. 열림과 담힘의 기호성 있는 문이 말하는 사랑의 속삭임은 차고 기우는 달빛속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사랑의 문을 통과하자 푸른 조명이 깔린 가운데 2인무가 사랑스럽게 펼쳐진다.

두 명의 사랑을 알게된 예랑 아버지의 분노, 동쪽 마을 청년의 살해, 추방당하는 유성의 발걸음이 무겁다. 추방의 고통도 크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더한 고통이다. 유성을 보고픈 예랑은 잠드는 묘약을 구해 마시고, 죽은 듯이 잠든다. 예랑이 잠든 것을 모르는 유성은 슬픔에 휩싸여 자결한다. 깨어난 예랑도 그를 따라 숨을 거둔다. 두 명의 죽음을 통해 두 마을 사람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며, 진혼을 올린다.

'비극' 장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역할을 한 유성 역의 이현수(5월 31일 김임중), 예랑 역의 서예린(5월 31일 이지영)은 깊은 감정처리와 조화로운 움직임을 통해 서사성을 높였다. 유성 아버지 상쇠(복성수)와 예랑 아버지 상장구(배진모)는 두 마을을 대표하는 캐릭터성을, 느티나무 정령의 육혜수와 촌장 역의 김기석은 해당 장면에 부합되게 밀도를 강화시켰다. 탄탄한 군무진의 뒷받침은 극적 전개와 감정 전이에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 쉽게 읽히는 스토리 전개가 역할이 컸다. 장면에 맞는 노래, 호소력 있는 영상 처리는 미장센 구축에 기여했다. 한국인의 정서와 전통예술적 요소 활용은 주효했다. 글로컬의 핵심자원이다. 춤극 구조상 현재의 세분화된 장을 압축 정리해 처리하는 방안도 차기 공연에서 고려해볼 만하다.

유성(김임중)과 예랑(이지영)

대전시립무용단의 글로컬 춤극 ‘로미오&줄리엣Ⅱ - 유성과 예랑’의 미래는 밝다. 극장레퍼토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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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로미오&줄리엣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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