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춤・感

감추인 춤감을 보이는 춤감으로 구현한 공감의 무대
보령무용협회, ‘제7회 가락의 향연, 춤・感’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7.22 13:31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춤의 감각을 일깨우다. 그 감각은 고스란히 춤의 감성으로 피어난다. (사)대한무용협회 보령시지부(지부장 이금비)가 마련한 ‘제7회 가락의 향연, 춤・感’ 무대다. 2024년 7월 16일, 충남 보령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이번 무대는 지난 해 ‘오썸(awesome) 보령, 오(五) 섬의 춤’으로 전기를 마련한 이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근간은 해당 지역 예술인을 축으로 행정, 공간 등 제반 환경이 어우러졌을 때 선순환이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순수예술, 특히 무용이 자리잡아 가기에는 적잖은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원동력은 열정과 비전이다. 보령무용협회가 두 가지를 모범적으로 실천해 한국춤이 지닌 미적 감성을 보여준 것은 향후 협회 운영과 지역 춤계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한영숙류 태평무

춤이 지닌 각각의 특질을 포착해 그 속에 있는 내밀한 아름다움을 탐색한 ‘춤・感’. 올해는 전통춤에 주목했다. 창작 한 작품도 전통에 근간에 창작춤으로 꽃 피웠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번 무대의 첫 주인공은 한영숙류 ‘태평무’다. ‘공감예찬(共感禮讚)’으로 명명된 이 작품은 ‘공감’이란 키워드를 태평무가 지닌 우아함, 절제미, 장단 속 대형 변화를 통해 너와 나를 넘어 선 우리의 춤으로 격상시켰다. 이금비, 명연희, 박소희, 백현아, 고혜영, 김은빈이 출연한 공감의 춤결이 객석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빗속을 뚫고 각처에서 온 관객들의 얼굴에 살포시 미소가 그려진다.

태평의 기운이 창작춤 ‘원무지합(圓舞之合), 원(圓)’으로 이어진다. 귀에 익숙한 강강술래 음악이 세월을 부른다. 스며드는 음악속에 또 다른 강강술래가 꽃을 피워나간다.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한의 슬픔도 같이 떠내려간다. 여인들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을 담은 전통의 강강술래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강강술래 춤의 방식인 원무(圓舞)의 구조와 원무가 주는 화합과 조화의 이미지를 수용했다. 굴곡진 마음을 다스리는 음양의 원이자, 점・선・면을 넘어선 합(合)의 원이라 할 수 있다. 양한비, 김현우의 안무력과 기량좋은 젊은 무용수들의 합 또한 또 하나의 원이 됐다.

원(圓)

거친 파도 앞에 마주 선 두 남자가 있다. 이동준, 권진수의 듀엣으로 합을 맞춘 ‘한량본색’이다. ‘풍류쾌무(風流快舞)’의 장인 3장 무대는 남성 2인무를 통해 한량무의 전통성에 창작성을 부여해 춤적 질감을 높였다. 한국춤 미학에서 중요한 ‘쾌(快)’의 울림이다.

한량본색

한국춤에서 정중동의 미학은 빼놓을 수 없다. 정(靜)과 동(動) 각각이 주는 맛, 이들이 결합해 정반합의 순간을 이룰 때의 맛 등 다채롭다. 이금비가 춘 ‘진도북춤’은 ‘동무동락(動舞同樂)’의 가치를 보여줬다. 전반부의 다소 무심한 듯한 두드림은 후반부 신명의 두드림으로 전환돼 비교의 매력을 보여줬다. 동(動)의 낙(樂)이다.

진도북춤

춤은 무언(無言)의 미학성이 존재한다. 신체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 숙명은 장단점을 동시에 지닌다. 하지만 무용이 지닌 무언의 힘은 어떠한 힘보다 강하다. 몸으로 말하고, 몸으로 들려주기 때문이다. 두 팔 벌려 시간을 잠재운 움직임이 시작된다. 김경란 선생의 ‘진주교방굿거리춤’은 5장 타이틀 ‘무언지흥(無言之興)’과 움직임의 속도를 같이 낸다. 경남무형유산 종목의 유구함, 굿거리 장단의 맨손춤과 자진모리 장단의 소고춤이 각각의 맛을 발휘해 춤의 흥을 고취시켰다.

진주교방굿거리춤

5명(성윤선, 이유진, 정지수, 윤민정, 지다영)의 날렵한 장구춤이 시작된다. 가락과 장단을 타고 넘는다. 미세함, 장쾌함이 교차돼 춤맛이 배가된다. 다양한 호남우도농악 가락과 기예가 판을 이뤄 낸 ‘타악지미(打樂之美), 김병섭류 설장고춤’이다. 피날레 무대, 신명의 춤이다.

김병섭류 설장고춤

보령무용협회의 이번 공연은 단단한 텍스트와 춤 구성, 입체감을 높여준 반주단의 연주, 각 작품마다 개성있는 춤맛을 구현한 무용수들의 춤 등이 어우러진 감도높은 춤 무대였다. 감추인 춤감을 보이는 춤감으로 구현한 공감의 시간이다.

진도북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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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춤・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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