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무악지우(舞樂之友)

살아있는 춤, 동시대의 춤을 견인한 신전통춤 무대
윤미라무용단의 ‘무악지우(舞樂之友)’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7.12 17:26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춤과 음악이 우정을 나누다. 대구에서 나눈 무악(舞樂)의 예술적 교감도는 높았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고, 윤미라무용단, 달구벌입춤보존회가 주관한 ‘무악지우(舞樂之友), 신전통-전통의 미래’ 무대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이츠스프링 대구 페스티벌의 일환이다. 극장의 기획 초청공연은 선정단체, 작품 등을 선정 및 선별할 때 엄격하다. 작품성, 시의성, 확장성, 지역성 등 다양한 요인이 고려된다. 그런 면에서 2024년 4월 10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 진행된 윤미라무용단의 이번 공연은 적합도가 높다. 대구 출신 한국 무용가인 경희대 윤미라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무용단이 이룩한 그 동안의 성과에 기반한 춤과 대구 지역 춤을 아끼는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으로 손색없기 때문이다.

장고춤

2022년 11월,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작 ‘윤미라의 신전통춤전 무악지우(舞樂之友)’는 국립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된 바 있다. 서울에서 대구로 이어진 이번 공연은 지역의 물리적 이동만이 아니라 몇 가지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신전통춤에 대한 인식 제고와 가치 구현의 무대다. 전통과 창작의 경계 넘기,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전통춤의 변형과 재해석 등에 대한 고민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신전통춤은 전통춤에 근간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뿌리를 두되 형식과 내용의 현대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무대는 전통춤의 재구성, 재창작이라는 소중한 기제를 발현시켜 작품속에 수용한 점은 유의미하다. 살아있는 춤, 동시대의 춤을 견인하는 장치 중 하나가 신전통춤이라 할 수 있다. ‘태평무, 신칼대신무’(1993) 전통재구성, ‘향발무’(2004) 전통재창작, ‘진쇠춤-영신금무’(2006) 전통재구성, ‘여인, 흥에 젖다’(2009) 전통재창작, ‘무악지선’(2013) 전통재창작, ’월하무현금‘(2017) 전통재창작 등 한국무용계에서 윤미라 교수는 선도적, 선제적으로 이끌어왔음을 목도할 수 있다.

둘째, 음악과 춤의 유기적 연결을 통한 춤의 확장성 기여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악기들의 무구에 주목해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 악기춤에 있어서 무구는 단순한 소품 역할을 넘어 춤과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공연에 사용된 주된 무구는 박(태평무), 꽹과리(진쇠춤), 향발(향발무), 비파・공후・요고・생황・소・피리(무악지선), 거문고(월하무현금), 소고(소고춤), 장구(장고춤) 등이다.

셋째,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이다. 영남춤을 견인하는 대구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특성상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는 시민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춤적 공감대 형성에 유리하다. 특히 국립극장 무대에서의 수준높은 레퍼토리의 공유와 공감은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미(美)의 연결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른 조명이 무대를 감싸는 가운데 악의 울림이 풍요롭다. 이준민의 부드러운 리드와 군무의 뒷받침이 조화롭다. 군무 후, 3명의 춤이 본격적으로 ‘달구벌입춤’을 알린다. 1999년 재구성한 춤으로로 박지홍-최희선-윤미라로 이어지는 춤맥이 깃든 작품이다. 묵직하게 내려앉은 가락에 솔로춤이 이어진다. 활기찬 소고춤 장면에서는 군무는 바람이 되고, 주역은 꽃이 된다. 여기가 달구벌임을 넌지시 알린다.

달구벌입춤

박 소리와 함께 장단에 따른 왕(이홍재)의 움직임이 군무와 함께 시작된다. 화성재인청 이동안류 재구성의 ‘태평무’다(1999년 초연). 빠른 장단 속 기품의 춤은 대비를 통해 선명성을 더한다. 춤적 가치가 고양된다. 절제미 가득한 이 춤은 남자 4명, 여자 4명이 각각 춤과 박이 돼 전통재구성의 묘미를 더해줬다. 특히 무구로 사용된 박은 처음과 끝을 알리고, 작품 중간 중간 박자를 컨트롤했다. 시각의 청각화를 이뤄내는 역할이 컸다.

태평무

최지원의 춤으로 시작된 ‘진쇠춤’. 2005년 초연됐다. 4명(봉정민, 정지윤, 이수라, 한비야)이 합류해 춤의 본격적인 항로를 제시한다. 반주음악과 진쇠춤의 융합미가 상당하다. 여림과 강함의 배합이 공간을 편안하게 여닫는다. 빠른 장단 속 촘촘한 춤 구성은 춤적 밀도를 높인다. 최지원과 4명이 주고받는 춤의 대화는 후반부 춤의 경쾌함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남성 홀춤에서 여성 5인무로 재창작된 이 춤은 철릭을 입고 춘다. 외발뛰기 등 특이한 동작소는 진쇠춤의 묘미를 상승시켰다.

진쇠춤

2004년 초연된 ‘향발무’는 향발을 들고, 왕을 송축하는 춤이다. 한국춤의 근간은 유지하되 재창작을 통해 현대적 미감을 높였다. 현의 울림이 그윽하다. 향발을 든 3명의 춤이 먼저 시작된다. 합류한 군무와 이루어 합을 이뤄낸다. 물결치듯 바람불듯 자유롭되 수직적이다. 구도의 힘과 치열한 구성력을 확인할 수 있다. 문주신의 우아한 리드가 춤적 비례미를 상승시킨다. 균질감 있는 춤에 스며든 음악은 또 하나의 춤이 된다. 기품있게 마무리 된다.

향발무

옛 유물에서 보여지는 주악상과 비천상에서 하늘을 나르며 춤추는 모습을 형상화 한 ‘무악지선(舞樂之仙)’(2013년 초연). 신비로운 악기 연주 모습이 무악의 경이로움까지 보여준다. 비파, 공후, 생황, 요고, 소, 피리 등 각종 악기를 든 여인들은 또 다른 선녀가 된다. 은은한 쾌(快)의 매력을 발산한 이 작품은 천상의 춤이 지상에 내려온 느낌마저 준다. 무악지우의 의미를 부여하기에 주저함이 없다.

무악지선(舞樂之仙)

2017년 초연된 ‘월하무현금’은 한량무 이미지를 현대화했다. 사용된 무구는 거문고다. 악기는 상징적으로 처리됐다. 은유성 강한 이 춤은 창작성 높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남자 독무와 거문고 든 여자의 호흡이 하나씩 맞춰 나간다. 중첩된 심정이 인상 깊었던 이 작품은 전통춤의 현대성 부여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

월하무현금

일반 소고보다 약간 크고, 손잡이가 없는 것이 특색인 소고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서정과 서사를 교차시키며 풀어내는 음의 마디마디가 춤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2011년 초연된 '소고춤'이다.

소고춤

무대 중앙에 10명, 상하수에 8명의 두드림으로 무악이 연결된다. 흰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하나된 춤 언어는 객석까지 춤 포물선을 그려 나간다. 춤 메시지의 분사력 크다. 악기춤이 줄 수 있는 묘미를 응축시킨 ‘장고춤’(2011년 초연). 도열 형식의 구도 변화, 현대성과 한국성을 동시에 갖춘 복식미는 신전통춤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듯 하다.

신전통춤의 매력을 대구에서 보여 준 ‘무악지우(舞樂之友)’는 무악지락(舞樂之樂)과 무악지향(舞樂之香)을 동시에 보여줬다. 솔리스트와 군무의 조화, 적절한 구도와 배치, 작품 구성, 악과 무의 직조 등은 각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전달했다. 행복한 대구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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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무악지우(舞樂之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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