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휘테갤러리 개관 1주년 초대전

경계짓지 않는 또 하나의 경계
‘이태량의 산수-무경’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7.12 16:06 | 최종 수정 2023.08.28 10:47 의견 0

[댄스TV=이주영 칼럼니스트] 둔탁한 바닥 질감이 퇴적된 시간을 말한다. 을지로 인쇄거리에 위치한 디휘테갤러리(die HÜTTE Gallery)가 내뿜는 공간의 힘이다. 인쇄소의 한 공간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된지 일년을 맞았다. 디휘테갤러리 개관 1주년 초대전의 주인공은 이태량 작가다. 수공(手工)의 땀과 정성이 예술적 성취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갤러리와 작가는 한 몸이 됐음을 알린다.

이태량의 ‘산수-무경’展

이태량의 ‘산수-무경’展(2023.5.9.~6.30)은 실경(實景), 진경(眞景)이 지닌 산수(山水)의 정제미를 오늘에 새롭게 바친다. 추상(抽象)이란 이름이 호명한 그 풍경은 ‘무경산수(無境山水)’라는 언덕을 오르내려 새 길을 낸다. ‘장소와 경계가 없는’이란 뜻을 지닌 무경(無境)이 지닌 미덕이 공간을 팽팽히 채운다.

‘무경산수(無境山水)’

중견 작가 이태량이 주목한 키워드이자 화풍을 고스란히 담지하고 있는 두 가지는 ‘명제형식(Propositional Form)’과 ‘무경산수(Liberated Landscape)’다. ‘뜻이 분명한 문장’이란 의미를 지니는 명제. ‘내 그림은 중요하지 않다. 내 그림 밖의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주제의식은 ‘좋은 작업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고자는 숭고한 작가적 발현이다. 추상적 이미지를 통해 캔버스라는 우주 안에 인간, 인생을 직조시킨다. 이번 전시회의 핵심인 ‘무경산수’는 201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주제이자 메시지다. 경계를 경계짓지 않는 또 하나의 경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마주(hommage) 없는 오마주다. 공간에 즉각 분사된 무경(無境)은 우리에게 유경(有敬)이란 따뜻한 선물을 제공한다. 경외로 이어지는 무경이다. 투사와 분출이라는 그의 회화성이 이루어낸 성과다.

‘무경산수(無境山水)’

밀도와 조형성 좋은 이태량 작가는 ‘정형과 부정형’, ‘명제와 비명제’, ‘경계와 무경계’를 넘나든다. ‘비(非)’와 ‘무(無)’로 조탁하는 작가의 시선, 그 속에 스며든 작품의 생명력은 본질(本質)에 대한 천착에 기인한다. 추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살아 숨쉬게 함으로써 관람자의 반응에 눈을 맞춘다.

‘무경산수(無境山水)’

디휘테갤러리 개관전과 1주년 기념전을 모두 참여한 작가의 작품 ‘산수-무경’은 수공의 땀이 유효함을 입증한다. 창작과 상상력이 오늘에 문답한 시간이다. ‘무경산수(無境山水)’라는 이름을 더 단단히 썼다.

이주영(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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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칼럼니스트)-‘이태량의 산수-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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