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현재 무용계에는 민간예술단체 협동조합이 결성돼 있다. 발레는 ‘발레에스티피(STP)협동조합’, 한국무용은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 현대무용은 ‘현대무용협동조합COOP_CODA’ 등이다. 여기에 한국전통무용 분야로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KTDC’가 가세하고 있다. 4개의 민간무용단체 무용협동조합은 2021년도에 ‘무용협동조합연합회’를 결성했다. 연합회는 안정적인 공연 기회 제공 및 수익 창출, 정책 제안을 통한 올바른 무용 생태계 조성, 순수무용의 저변확대와 무용인의 권익 신장 및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간무용단체 협동조합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발레STP협동조합(이사장 김인희)은 2025년 8월 5일과 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협동조합 소속 발레단들이 두 가지 테마를 가지고 공연을 진행했다. <2025 경기발레페스타_GG LAND>는 5일 ‘시네마발레’, 7일 ‘클래식&모던’이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부대행사로 발레체험교실, 발레 역사 이야기(포토존), 사인 토쥬스 전시 등이 어우러져 풍요로운 축제로 확장됐다. 평자는 5일 ‘시네마발레’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2025 경기발레페스타_시네마발레, 서울발레시어터의 'Cruella'

대중예술의 대표 격인 영화와 순수무용인 발레의 만남이다. 발레 대중화를 위한 취지가 읽힌다. 7일에 진행된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2막 중 ‘흑조 그랑파드되’,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줄리엣과 줄리엣들’, 정형일 Ballet creative의 <Mondrian-The Line of Obsession>, 윤별발레컴퍼니의 <갓GAT> 중 ‘女 흑립’, SEO(서)발레단의 <unknown>, 서울발레시어터의 <Molecular Motion>, 와이즈발레단의 <돈키호테> 3막 중 ‘그랑파드되’ 등의 클래식발레, 현대발레와는 명징한 콘셉트 차이를 보인다.

지난 10년간 ‘수원발레축제’를 통해 발레STP협동조합의 활동은 시민들과 관객들에게 포지셔닝(positioning) 된 바 있다. 경기발레페스타 첫째 날, ‘시네마발레’에는 여섯 단체가 참여해 ‘영화발레’의 묘미를 보여줬다.

첫 문은 와이즈발레단(단장 김길용)이 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모티브로 색다른 매력을 부여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어우러진 이 작품은 홍성욱(와이즈발레단 예술감독), 권세현(movement momm 대표)의 안무작이다. 영화 상영 후 펼쳐진 2인무는 서정성과 동화성 가득하다. 애니메이션과 잘 호응됐다. 이어진 일곱 남녀 커플 춤은 풍요롭고, 감미로웠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토리가 발레와 잘 매치된 무대였다.

와이즈발레단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세 영화가 발레로 수렴된다. 정형일 Ballet creative(예술감독 정형일)의 <Love or Shoot>(안무 정형일)이다. 영화 쉬리, 아비장전, Swing Kids의 OST가 춤에 담긴다. 두 명의 남녀 요원이 음악과 춤을 통한 감정의 이완과 긴장을 그렸다. 작품 첫 장면에서 실루엣이 주는 느낌은 몽환적이다. 파드되는 로맨틱했다. 익숙한 노래 ‘When I dream’이 무대에 흐를 땐 객석의 공감대도 같이 높아진다. 다섯 커플과 여섯 명의 발레리나가 어우러진 군무는 경쾌한 리듬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게 만든다. 춤과 음악이 하나가 된 시간이다.

정형일 Ballet creative의 'Love or Shoot'

이어진 무대는 임팩트 있는 안무와 전개, 움직임으로 시선을 집중시킨 서울발레시어터(단장 최진수)의 <Cruella>다. 영화 ‘크루엘라’는 1961년 작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스핀오프(spinoff) 작품이다. 크루엘라 드 빌의 젊은 시절을 다룬다. 최진수, 박경희의 안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영화 장면과 더불어 ‘sweet dreams(eurythmics)’ 음악이 주는 힘 또한 상당했다. 김도연, 김하경, 이지호, 장지현, 석지우, 정초은, 박시은, 한승호, 이진기, 김민세 등은 에너지, 도발, 열정이란 키워드를 화려하되 미학적으로 담아낸다. 지난 5월, 마포아트센터 공연 <순수의 시대>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The Violet’의 본질은 견지한 채 춤적 수월성은 배가됐다.

비트 있는 음악속에 하이힐 신은 발레리나들의 워킹이 시작된다. 토슈즈 대신 하이힐이다. 창발성(創發性) 좋다. 여자 무용수들 3명이 두 번 연속 등장한다. 남녀 커플이 이어 나온다. 작품 중 무대 좌우에서 여자 무용수 3명이 나오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영화와 발레가 만난 것처럼 스파크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붉은 조명 속 실루엣이 주는 미장센은 밀도감을 상승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창작발레 매력을 미니멀하되 감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서울발레시어터의 'Cruella'

SEO(서)발레단(단장 서미숙)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말레나’를 가져왔다. 오펜바하, 티시 이노호사의 음악이 작품과 어우러져 흐른다. 이탈리아 영화 삽입곡이 발레와 조우되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방향타가 어디에 있는지를 되묻는다. 우수에 찬 여자 솔로를 시작으로 군무가 이어진다. 다층적, 다각적 감성을 춤으로 담아냈다.

SEO(서)발레단의 ‘인생은 아름다워, 말레나’ 중

2003년 창단된 댄스시어터샤하르(예술감독 지우영)는 지속적으로 창작발레 작업을 해오고 있다. 문학과 발레의 만남을 시도한 작품을 비롯해 융합적인 작품 등 다채롭다. 이번 무대에서는 빅토르 위고의 명작 <레 미제라블> 을 보여줬다. 지우영 안무의 전막 창작발레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은 용서와 사랑, 서사가 담긴 드라마발레다. 이번 공연에서는 군중들의 혁명 장면을 보여줬다. 공연이 시작되면, 국기와 혁명의 깃발이 휘날린다. 긴장이 고조된다. 허공에 총을 쏜다. 용서의 총성이다. 하나둘씩 쓰러지며 마무리 된다. 원작의 가치를 영상과 발레로 동시에 객석에 감동을 안겨준 순간이다.

댄스시어터샤하르의 '레 미제라블' 중

피날레는 최근 ‘갓’ 전국투어를 통해 유명해진 윤별발레컴퍼니(예술감독 윤별)가 장식했다. 2018년 개봉한 록 그룹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를 가져왔다. 박소연 안무의 이번 작품은 청바지와 흰색 티를 입은 남녀 무용수들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영화 속 장면과 무대에서 오버랩 되는 묘미가 상당하다. 영화 속 콘서트장이 극장 속 무대로의 이동이 자연스럽다. 영화의 발레화로 명실상부하다. 웅장한 음악 속 8명의 움직임은 위용 그 자체였다.

윤별발레컴퍼니의 ‘보헤미안 랩소디’

발레STP협동조합이 마련한 <2025 경기발레페스타 ‘시네마발레’>는 민간 발레단들의 연합 공연, 영화와 발레의 만남, 해설과 공연이 어우러진 ‘축제발레’이자 ‘발레축제’였다. 민간예술단체들의 자생력 확보와 무용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문화재단과 기업 등은 지원과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 혜택은 온전히 시민과 관객들에게 돌아간다. ‘페스타(festa)’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공연은 축제다. 발레가 축제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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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2025 경기발레페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