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춤의 정원(庭園)
궁중정재(宮中呈才)의 내일을 확인하다
광무대전통상설공연 선정작 ‘춤의 정원(庭園)’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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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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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넘침이 없다. 부족함도 없다. ‘춤의 정원(庭園)’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2022년 10월 7일(금), 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에서는 최경자의 춤이 또 하나의 정원을 만들어 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최의 2022년 광무대전통상설공연의 하반기 12회 중 중앙에 위치한 여섯 번째 무대다. 정재(呈才)를 중심으로 정악(正樂)과 어우러진 이번 공연은 마치 궁중연향(宮中宴享)에 초대받은 느낌을 준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지도단원인 최경자 선생의 춤 무대는 춤의 정원이 정원의 춤으로 치환한 듯 풍요로웠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 최경자는 ‘춘앵전’과 ‘무산향’은 독무로, ‘검기무’는 2인무로 보여줬다.
먼저 ‘무령지곡(武寧之曲)’이 춤맞이를 한다. 이 곡은 부는 악기인 취(吹)악기와 때리는 악기인 타(打)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뜻에서 ‘대취타(大吹打)’로 불린다. 오늘 무대에서는 보통 편성되는 악기 편성이 아니라 이건회가 부른 태평소만으로 연주됐다. ‘무령지곡(武寧之曲)’에 이어 봄날의 춤으로 명명한 ‘춘앵전(春鶯囀)’이 격조있게 받는다. 노란색 앵삼(鶯衫), 화관, 오색 한삼이 어우러진 복식에 최경자는 꽃의 궁전을 우아하게 거닐기 시작한다. ‘무산향’과 더불어 효명세자가 창사를 지은 대표 정재인 ‘춘앵전’은 춤을 대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게 한다. 꽃은 또 하나의 우주다. 그 중심에서 춤 춘 작품이다.
화려한 복식 속 향발 소리가 청아하다. 공유희, 정지수, 박소현, 이혜린 4명이 보여준 ‘향발무(響鈸舞)’는 음악의 강박에 따라 향발이 줄 수 있는 심적 고저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음악과 춤의 결합력이 상당하다. 12가사 중 하나인 ‘죽지사(竹枝詞)’가 춤의 정원을 무르익게 한다. 중국 악부(樂府)의 죽지사를 모방해 우리나라의 경치, 인정, 풍속 등을 노래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가사인 이 곡은 김병호 국립국악원 정악단 지도단원이 노래하고, 이건회가 피리를 불렀다. 생동감이 무대에 가득 퍼져 나간다. 헌무가(獻舞歌)로서의 소임도 충실하다.
전립과 전복을 갖춘 최경자와 양선희(국립국악원 무용단 지도단원)이 합을 이룬 ‘검기무(劍器舞)’는 검무 고유의 특질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대무(對舞)로 부드럽게 시작해 춤이 공간에 내리기 시작한다. 쌍검무의 은빛 물결은 추는 사람뿐 아니라 관객들까지 기분좋게 한다. 활달함은 또 하나의 은은함이다. ‘검무’와 더불어 현존 오래된 궁중무용인 ‘처용무’는 이진호 처용무 전승교육사가 1인 처용무로 묵직하게 보여줬다. 학무로 문을 열어 처용을 부르는 구조가 자연스럽다. 피날레는 최경자의 ‘무산향(舞山香)’. 효명세자 때 춘앵전과 함께 어머니 순헌왕후의 생신 축하연을 위해 만들어진 이 춤은 기교성, 정제미, 역동성을 고루 갖춘 춤이다. 가을의 춤이라 명명한 것은 풍요로운 오늘 무대의 성격을 압축했다고도 볼 수 있다.
1986년 국립국악원 무용단에 입단해 36년을 봉직한 최경자 선생의 춤 후반기를 읽을 수 있는 이번 무대는 궁중춤예술연구원 대표로서 그 역할을 의미있게 할 수 있음을 알리는 시간이었다. 경희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로도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의 앞날에 춤의 정원같은 풍요로운 미래가 열리길 바란다. 궁중정재의 내일이 밝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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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춤의 정원(庭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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