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춤 江, 행복 출렁

여주에서 웅비한 전통춤의 미래
‘여주시민과 함께하는 춤 江, 행복 출렁’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1.01 12:52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경기도 여주에 춤 강이 흐른다. 행복은 덤이다. 오연(旿燕) 이경화 선생이 주최한 이번 공연은 2022년도 여주세종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여주시민들과 춤으로 공감하는 자리다.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린 이번 무대(2022.9.17., 여주세종국악당)는 여주에서 둥지를 튼 지 10년차 되는 이경화 (사)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의 의지가 반영돼 더 반가웠다. 1, 2부로 구성된 이 공연은 1부는 ‘태평성대’를 노래하고, 2부는 ‘춤 江, 행복 출렁’으로 춤의 강이 행복이란 역에 평화롭게 다다른다.

'진도북춤'

1부의 첫 무대는 ‘민속삼고무’가 연다. 최예지, 정선화, 유혜지 등 총 9명의 무용수들은 두드림의 미학을 시민들에게 띄운다. 민속악의 다양한 가락들이 양손 북채의 지휘에 맞춰 평안과 축복이 필요한 작금의 상황에서 춤 기운으로 북돋웠다. 삼고무 위치는 무대가 아닌 무대와 객석 사이에 위치에 관객들과 함께하고픈 열망을 자연스럽게 표출했다.

‘민속삼고무’

이어진 무대는 1부의 타이틀이 그대로 반영된 ‘태평성대’. 정민근, 김혜지, 정선화, 유혜지, 고은솔이 춤춘 이 작품은 1984년도에 이경화 선생이 창작한 작품으로 시간의 공백없이 그 맛 그대로 평화와 축복의 메시지가 넘실됐다. 춤 강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듯 하다. 새의 큰 날개짓에 맞춰 춤춘 이 작품은 창작성이 잘 응축돼 춤적 기운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군무에 이어 이경화의 독무, ‘살풀이춤’이 전통춤의 웅숭깊은 맛을 무대에서 풀어낸다. 한과 승화라는 두 키워드를 교집합시키는 이매방류 살풀이춤을 이수자인 이경화는 경륜의 노련함으로 객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 2021년 국립극장에서의 우봉 이매방춤보존회 공연 시, 우봉 선생께서 무대에서 공연했던 97장단 작품을 토대로 한과 염원의 내재성을 구현한 의의가 있다.

‘태평성대’
이경화의 독무, ‘살풀이춤’

특별출연한 여섯 아이들이 꾸민 ‘향율’은 향발을 들고 추는 춤이다. 초연 당시 향율과 바라가 함께한 작품을 현 시대 감각에 맞게 재창작해 전통춤의 미래성을 보여주었다. 서정적인 음악 속에 아이들이 춤춘다. 이후 향발을 이용해 경쾌한 움직임을 이어나간다. 1부의 마지막 작품은 ‘신바라춤’이 마무리한다. 이경화의 창작작품으로 1999년 12월 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초연됐다. 불교 의식무 ‘작법(作法)’ 중에서 바라를 치면서 추던 부분을 춤사위와 호흡을 조화롭게 해 흥겨움과 세련됨을 동시에 부여한다. 유현진, 정혜승, 최예지, 정선화, 장진숙, 고은솔은 태고적 울림을 일깨워 삶의 능선을 오르내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 작품은 ‘여성성, 기원성, 현대성’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춤이다.

‘신바라춤’

국내뿐 아니라 해외무대에서도 큰 활약을 한 이경화 선생의 주요 활동 영상이 상연된 후, 2부가 시작된다. ‘모두 함께 한바탕 춤추어 보자’라는 의미를 담아보자는 의도대로 세 작품은 충실히 이에 부응했다. 첫 무대 ‘소고춤과 소고놀이’는 이경화와 제자 유현진, 이규정이 함께 했다. 무대 왼쪽에 사물 반주단이 위치해 있다. 이경화가 먼저 소고를 치며 등장한다. 이어 유현진, 이규정이 합류해 생동감을 더한다. 세 명이 하나돼 춘 무대로 다양한 소고타법, 발디딤, 춤사위가 여울져 춤강의 줄기를 만든다. 소고춤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경화 선생의 최종실류 소고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건 여주시민들에겐 행복 그 자체다.

‘소고춤과 소고놀이’

농악과 비보이(김승혁)가 만났다. 객석에서 풍물패가 먼저 등장한다. 여주쌀처럼 찰지다. ‘비보이와 풍물’이 만들어 낸 이 무대는 신명과 테크닉이 어우러져 융합의 진미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피날레 무대는 대미를 장식하게 부족함이 없는 ‘진도북춤’이다. 박병천 선생이 구성한 작품을 이경화 선생이 재구성해 진도북춤만의 매력을 분사시킨다. 다섯 명의 반주에 맞춰 솔로춤과 군무가 합을 맞춰 춤을 전개한다. 9명의 무용수와 정선화의 지도로 리틀오연청소년무용단까지 함께 해 양손의 미학을 울림과 떨림으로 확장시켜 무대를 질주한다. 강을 넘어 이미 바다로 향했다.

‘비보이와 풍물’

이경화 예술감독, 김학영 연출, 정선화 기획, 정혜승 부대표, 전 출연자 등이 힘을 합친 이번 무대는 제2의 고향인 여주에서 춤을 통해 세계로 웅비하고자 하는 이경화 선생의 의지가 매 작품에 꿋꿋이 담지됐다. 그 꿈은 2023년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리라 본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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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춤 江, 행복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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