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역작(力作)을 만나다. 동서양의 신화와 의식을 제의로 수렴하고, 춤으로 상승시킨 숭고한 무대, <DANO, Le Sacre du printemps(단오, 봄의 제전)>이다.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예술감독 김진미)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작품은 2025년 6월 7~8일(평자 8일 관람),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개최됐다.

강릉아트센터의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이라는 취지에 부합되게 이번 무대는 강릉의 문화유산이 지역 문화콘텐츠로 탄생하는데 역할이 컸다. 한국의 명절 ‘단오’, 지역 대표축제인 ‘강릉단오제’와 스트라빈스키의 ‘The Rite of Spring’의 화학적 결합은 춤이라는 몸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었다.

김진미 안무 '단오, 봄의 제전'

<단오, 봄의 제전>은 ‘단오’의 숨결과 ‘봄의 제전’의 맥박이 제의라는 하나의 몸짓으로 잇대져 철학과 풍유, 서사와 서정을 직조했다. 안무 김진미, 협력안무 신창호, 지휘 정민, 작·연출 임형진, 작곡 및 사운드디자인 양용준, 의상디자인 민천홍, 황연희 등 각 분야별 역량있는 제작진이 참여해 강원도립무용단원들의 춤에 예술적 힘을 부여했다.

작품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된다. ‘단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가 보인 재생의 원리, 강릉단오제의 자연성과 생명 에너지가 중심을 이룬다. 예언, 개기일식, 폐허의 도시, 땅의 목소리, 태양의 빛으로 이루어졌다. ‘봄의 제전’은 강릉단오제의 제례 대상인 대관령 산신 김유신과 무녀 천관녀의 사랑이 중심을 이룬다. ‘대지의 숭배’와 ‘희생 제의’가 두 기둥을 이루고 있다.

강원도립무용단 '단오, 봄의 제전'

1부 ‘단오’가 시작되면, 배우의 목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이제 우리는 계속 춤을 추게 될 것입니다.” 계단식 무대가 좌우에 위치하고 있다. 재단의 공간성과 조형성이 형성된다. 왕과 군무진이 춤춘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영상이 펼쳐진다. 개기일식이다. 폐허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남녀 2인무, 태양의 빛이 피처럼 붉게 변하는 땅의 목소리는 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노랫소리로 연결된다. 폐허의 땅이 녹색의 땅으로 변한다. ‘춤-죽음-축제-생명’으로의 이어짐이 간파된다. 직설과 은유가 조화롭다.

2부 ‘봄의 제전’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한다. 라이브 음악의 웅장한 사운드는 춤적 분위기를 고양했다. 무용단과 교향악단의 협업이 잘 시도됐다.

강원시립교향단과 함께한 '봄의 제전'

활기참과 긴장감이 혼재된 음악 속 모던한 움직임이 감성을 증폭시킨다. 격렬한 사운드가 이를 받쳐준다. 대관령 산신 김유신(정윤성)과 무녀 천관녀(김연수)의 만남이다. 두 명이 만나 펼쳐내는 사랑의 2인무가 현(string)의 소리에 걸린다.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최한나)은 둘의 사랑을 반대한다. 웅장한 사운드 속 춤의 행렬을 이룬다. 천관녀는 소녀들에게 제의를 준비한다. 손목에 단 방울소리가 요란하다. 제의의 시작이다. 시각적 효과를 높여 잘 처리했다. 여자 군무들의 한국적 움직임이 신비로움을 상승시킨다.

천관녀의 희생제의 제안과 주술적인 집단무가 상당하다. 무대 후방에서 앞으로 전진한다. ‘봄의 제전’ 대표 멜로디가 흐르기 시작한다. 확장되는 사운드. 무용수들의 몸은 어느새 악기 자체가 됐다. 천관녀가 남자 어깨에 얹혀 후방에서 앞으로 등장한다. 여자의 죽음으로 마무리 된다. ‘죽음’은 ‘승전’과 위치를 바꾼다. 희생은 최고의 사랑임을 알린다. 제(祭)로써 말하다.

강릉아트센터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단오, 봄의 제전'

‘단오’의 음악은 음악 기법 중 하나인 ‘선법(mode)’을 이용했다. 1, 2부의 연결은 신화의 메시지가 주 역할을 했다. ‘봄의 제전’의 마지막 곡 ‘제물의 춤’은 희생과 제의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무대 측면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강릉의 지역성, 공동체성이 신화를 누비도록 장치한 점이다. 강릉 단오와 그리스 신화의 조화미 구축을 위해 제의적 공간 형성, 제단을 상징하는 계단과 현대성 강한 LED 매체 처리는 시각적 효과를 부여했다. 무대 가운데 위치한 달 모양의 판은 신비로움, 이상의 세계 등 분위지 조성과 캐릭터 간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게 하는 숨은 공신이다. ‘봄의 제전’에서의 의상 색채 대비는 심적 변화와 전개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길잡이 역할을 했다.

강원도립무용단 김진미 예술감독의 예술적 혜안과 통찰력, 창작력은 단원들과 함께해 ‘명작(名作)’이라는 선물을 오늘에 헌정했다. 기획의도의 충실한 작품 수용, ‘단오’와 ‘봄의 제전’의 유기적 연결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대관령을 넘어섰다.

이주영(무용평론가・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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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단오, 봄의 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