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2024 우리춤대축제

내일의 춤을 위한 오늘의 우리춤 향연(饗宴)
(사)우리춤협회의 <2024 우리춤대축제>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5.01.19 16:37 | 최종 수정 2025.01.19 18:19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한국춤의 오늘과 내일을 말한 (사)우리춤협회(이사장 이화숙)의 <2024 우리춤대축제>가 2024년 11월 17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열렸다. 16회째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말 그대로 우리춤의 향연(饗宴)이었다. 우리춤이란 이름하에 중견과 원로, 류파의 경계를 넘어 미래로 향하는 오늘의 춤 좌표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총 11개 작품이 한국춤의 미학을 풍요롭게 전했다.

첫 문을 김장우(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교사, 우리춤협회 창작분과위원장)의 ‘校, 메아리치다’(안무 변재범)가 연다. 춤의 시간은 ‘이음’으로 지속된다. 세대와 세대가 이어져야 가능하다. 종로구 관훈동, 남산, 종로구 운니동, 석관동, 금천구 시흥동 등 국립전통 60여 년 역사의 숨결이 몸짓으로 치환돼 미래를 향해 달린다. 강예진 외 23명의 여자 무용수와 남자 무용수 1명이 어우러져 세대를 잇고, 전통의 계승과 창조적 발전을 향한 내달림이 무대에서 형상화 됐다. 춤의 내일을 위한 원심력 역할을 했다.

校, 메아리치다(김장우)

이용덕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우리춤협회 부이사장)의 솔로춤 후, 송혜민, 경제향, 배지현 3명이 합류한 ‘교방굿거리춤’이 무대를 수놓는다. 김수악류 굿거리춤을 재해석한 이 춤은 교방성, 타악성, 춤성을 3요소로 해 춤미학을 발현한 작품이다. 덧배기가 지닌 풍류, 정재의 기품까지 담아 신명을 알렸다.

교방굿거리춤(이용덕)

짧은 수건을 꺼내든다. 본격적인 입춤을 알린다. 함경북도무형유산 애원성 전승교육사 김미란(우리춤협회 부이사장)의 ‘즉흥무’다. 굿거리, 자진모리 장단 등 단순한 구조가 주는 간결미, 즉흥성이 군무를 통해 조화롭게 발산된다. 김정아, 장유진, 백수경, 박수영, 심경수, 채서원과 김미란의 어우러짐이 겨울 속 봄 같다.

즉흥무(김미란)

국립무용단 주역을 역임한 정유진(우리춤협회 이사)와 국립무용단 단원(우리춤협회 이사) 정관영이 호흡을 맞춘 ‘황진이벽계수’. 정유진의 대표 레퍼토리다. 통상적인 사랑가 춤과 달리 입체성 강한 서사형 사랑가 춤이다. 기생 황진이와 양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애잔하되 깊다. 정유진 특유의 춤적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사랑가 춤의 입지를 굳힌 레퍼토리다.

황진이벽계수(정유진)

2인무에 이어 이애주한국전통춤회 회장인 윤영옥(우리춤협회 부이사장)의 독무 ‘승무’가 이어진다. 한영숙류 이애주 맥을 잇고 있는 윤영옥은 국가무형유산 승무 맥(脈)의 기운을 차분하되 진중하게 보여줬다.

승무(윤영옥)

2000년 강선영 안무로 초연된 강선영의 레퍼토리 중 하나인 ‘장고춤’. 우리춤협회 상임이사이자 나인선연의무용단 대표인 나인선이 장고를 비스듬히 메고 등장한다. 장고춤 특유의 내재성을 길어 올려 춤으로 승화시킨다. 음악 변화에 따른 춤사위의 어우러짐이 신명과 흥을 객석에 전달한다.

장고춤(나인선)

윤종현(국립국악원무용단 단원, 우리춤협회 이사)이 무대에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다. 황윤지, 박소영, 김은빈, 유기량 등 4명이 받쳐주며 태평을 노래한다. 한성준-강선영으로 이어지는 ‘태평무’를 보여준 이 작품은 우리춤의 가치를 기품있게 제시했다.

태평무(윤종현)

한성준-한영숙-정재만으로 이어져 오는 ‘살풀이춤’을 정민근(우리춤협회 이사, 종묘제례악일무 전수자)이 춘다. 세밀하게 풀어내는 정민근 특유의 춤성이 시작부터 눈길을 끈다. 한영숙류 특유의 춤맛을 세련되게 보여준 솔로 남무였다.

살풀이춤(정민근)

긴 수건만큼이나 여운 깊다. 우리춤협회 경기지회장 윤종옥(경기도무형유산위원회 위원)의 ‘도살풀이춤’. 윤종옥과 정은혜, 김수현, 정경원, 김미숙, 한효설, 장초가 함께 수건을 든다. 춤의 소리와 춤의 빛깔을 동시에 보여준 이 작품에서 마지막 열을 다 함께 지어나갈 때 삶을 반추케 한다.

도살풀이춤(윤종옥)

김평호류 남도소고춤이 분위기를 전환한다. 남도적 멋과 흥이 가득한 조성란(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 우리춤협회 부이사장)의 ‘남도소고춤’. 아기자기하듯 때론 폭발하듯 흥과 신명이 넘친 시간이다. 남도 가무악 풍류성을 조성란, 김다애, 조하은, 김유진, 전소영이 하나 되어 널리 알린다.

남도소고춤(조성란)

피날레 무대는 우리춤협회 공연분과위원장 이순림(태평무, 처용무 이수자)의 ‘진쇠춤’이 장식했다. 이명남, 최미숙, 주정연, 김명주, 김현주, 조여원, 박소원, 김은성, 김서연, 이소민, 조하영 등 풍성한 군무진이 국태민안(國泰民安)과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춤춘다. 화려한 복식, 진쇠춤 특유의 포메이션 변화, 고유한 춤사위 등으로 우리춤의 매력을 전했다.

진쇠춤(이순림)

우리춤협회는 ‘우리춤대축제’를 비롯해 ‘우리춤신진무용가전’, ‘우리춤전국동,하계연수회’, ‘우리춤국제무용경연대회’ 등 제반 사업을 통해 우리춤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춤이 지닌 전통에 근간해 창조적 계승과 발전을 위한 노력이 이번 무대에서도 충분히 보였다. 이날 사회까지 본 이화숙 이사장을 비롯해 기획·연출의 이승주 평인댄스컴퍼니 예술감독 등 협회 구성원들의 합심한 모습에서 우리춤의 내일을 읽을 수 있었다. 축제는 하나다. 우리춤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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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2024 우리춤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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