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김아라 기자] 월간 <몸>지가 주최하는 제29회 무용예술상 심사는 지난 12월 22일 심사위원 이지현, 박성혜, 김예림, 정옥희, 장승헌, 김남수 등 6인이 참여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심사는 풍성한 의견 교환과 격론이 오고갈 만큼 뜨거웠으며, 그 과정 만큼이나 결과도 뒤따랐다.
한국무용계 최고 권위의 수상제도인 <무용예술상>은 비평가들만의 일방적인 의견 제시만이 아닌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1년 동안 함께 했던 활동상을 돌아보고, 현단계 춤예술이 가는 방향을 짚으며 무용계 전체를 대승적으로 성찰하는 시선이 담겨있는 상이며, 따뜻함과 냉정함을 갖춘 의미있는 상이다.
특히 내년에 무용예술상이 한 세대의 시간이라는 30회째를 맞는 것을 고려하여, 급변하는 세계와 그에 대응하여 창작의 변화를 꾀하는 무용계를 살펴서 기존의 작품상과 안무상, 연기상 등의 수상 체제에 ‘주목할 만한 시선상’ 부문을 신설 추가하였다. 이는 다음 세대의 새로운 물줄기에 대한 응원과 기대를 담아본 것이다.
그리고 전통춤과 창작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리는 마음을 담아 전통춤연기상, 포스트극장예술상 등은 여전히 <무용예술상>을 지키는 든든한 두 축으로 유지되었다.
2022년 한해의 공연들을 돌아보며 재연 작품보다는 초연 작품에, 국공립 무용단의 작품도 차별없이, 세대 관념에 대해 치우치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신중하게 심사를 진행하였다.
우선 많은 위원들이 추천한 작품 중에서도 선정되지 못한 많은 후보작들이 있었음을 알린다. 부산국립국악원 <야류별곡>, 국수호 <안티고네>, 허용순 <로미오와 쥴리엣>, 김모든 <피스트: 여덟 개의 순간>, 허성임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극적이다>, 임진호 <박스 오피스>, 차진엽 <몽유도원무>, 송주원 <이십삼각삼각>, 창무회 <모시나비> 등의 작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었으며, 올해의 좋은 공연으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작품상 전미숙 안무의 <거의 새로운 춤>. 이 작품은 많은 논란과 격론이 있었음에도 완숙한 안무의 경지에서 작가가 이전의 안무적 경향과 달리 과감하고 종합적으로 형식의 도전을 한 작품, 렉처 퍼포먼스를 곁들여 안무가의 철학을 밝힌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다수의 경쟁력 있는 후보작들을 넘어 작품상에 선정되었다.
안무상은 <구조의 구조>를 안무한 시나브로가슴에무용단의 이재영 안무가에게 돌아갔다.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우직하고 끈질긴 안무적 결기를 보여주는 이재영은 이번 작품 <구조의 구조>를 매우 탄탄한 내공과 엄청난 연습량으로 완성도 높게 가다듬었다. 밑둥과 뿌리를 잃고 부유하는 듯한 현대무용계에 귀감이 될 정도로 토대가 튼튼하고 고집스러운 정신을 가진 이런 젊은 장인을 만나기는 힘들다. 또한 작품 내용 역시 유동적인 짜맞춤의 미시적인 ‘구조’가 저절로 돋아나는 보다 거시적인 ‘구조’와 관계맺는 일종의 춤의 현실이 정밀하게 진행되는 군무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큰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이번 공연이 아르코예술극장의 베리어프리 작품으로 선정되어 관객의 접근성을 위해 극장과 협력한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사회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안무가의 모습을 기대하게 하였다.
앞서 말씀드린 새로 제정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은 이가영의 <빨래방>과 배효섭의 <외계 인간>이 선정되었다. 학연 속에서 강하게 기존 스타일의 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무용계 현실에서, 이 두 무용가는 자신의 독립적인 예술을 위해 낯선 길에 대한 호기심어린 탐색과 더불어 자신의 경험 범위를 넘어서려는 용기가 버무려져 자신만의 작품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용감한 여정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래 지켜볼 것 같다.
올해의 연기상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통춤연기상 수상자 복미경 춤꾼은 <참춤> 공연에 보여준 태평무, 승무가 한국춤의 고아한 매력과 본질을 유감없이 출현시켰다는 평이다. 전통춤의 경우, 무용가 자신의 몸과 분리되지 않는 체화된 춤이 중요한데, 복미경 춤꾼이 이러한 레벨에서 자기 개성과 특질을 제대로 보여줬기에 수상하게 되었다.
춤 연기상 수상자는 박호빈, 최지연, 정수동, 정진아, 정건의 공동수상이다. 그 이유는 유달리 올해는 무용수 혼자서 돋보이는 독무보다 2인무, 3인무의 춤케미가 폭발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호빈과 최지연의 <난리블루스>는 두 무용가가 매우 솔직한 자신들의 실존을 드러내는 춤으로 크게 어필한 작품이다. 나이 들어가는 자의 떨림과 삶의 깊이, 그리고 몸의 관능을 경쾌하면서도 탁월한 춤 언어로 표현하여 큰 호평을 받았다. 각자 삶의 시간이 서로 얽히는 관계가 수습불가의 헝클어진 실놀이로 나타나고, 이제 떠나는 자와 남은 자 사이의 비극적 결말임에도 동시대 사랑의 화학이 크게 다가오는 춤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정수동, 정진아, 정건 등 3남매 무용가들이 합심한 <After meeting>은 올해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한 가족 내에서 성장했지만,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생긴 차이가 도드라지는 무대는 ‘동일성’과 ‘차이’ 그리고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춤을 낳았다. 이제 춤은 기량을 넘어서 감동의 저 언덕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하여 감동의 춤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삶의 춤에 박수를 보낸다.
무대예술상은 이론의 여지없이 만장일치로 사진의 옥상훈 작가로 결정되었다. 무용가에 대한 그의 사랑, 그에 대한 무용가들의 사랑을 알기에 앞으로 더 많은 춤의 순간을 그가 읽어 주고 사진으로 재해석해주길 기대한다.
포스트예술상은 홍대 포스트극장이라는 무용 전용 소극장에서 국내 될성부른 춤의 신진기예들의 창작 활동을 주목하고 격려하는 수상 부문이다. 이 부문 심사는 포스트극장 공연을 1년 내내 봐온 윤지현, 김남수, 임재이 등의 심사위원이 별도로 진행했으며, 분기별 수차례의 논의 끝에 엄정하게 선정했다. 각 부문 수상자는 아래와 같다.
*전통과 창작의 만남 I
윤명인 <떨림과 울림>
한유진 <인생은 채플린처럼>
*U-DANCE FESTIVAL 유댄스 페스티벌
신연수 <가방에 들어가셨다>
한민경 <가시나무새>
*DREAM & VISION 드림 앤 비전
이재희 박서희 <재희재희>
서보권 <스탠드업댄스>
*전통과 창작의 만남 II
김지성 <바람을 불러>
유지숙 <인간실격>
제29회 무용예술상 시상식은 오는 2023년 2월 1일(수) 오후2시 포스트극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무용계 내외 인사들과 동료들이 수상자들을 함께 축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알렸다.
매일 아침이 체감될 만큼 우리는 격변의 시대, 불안정의 시기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위기이자 기회인 이 시기에 무용인들은 좁은 의미의 안무가 아니라 넒은 의미의 창작과 예술을 하기 위한 무대로 나서야 할 때로 보입니다. 이 상을 통해 이 시대에 대한, 예술에 대한, 춤에 대한 이야기들이 왕성하게 일어나길 응원하고 지지하겠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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