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아트 피플(1)_무용가 이주영(Joo Lee)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1.02.13 21:18 | 최종 수정 2021.03.02 13:02 의견 0


[댄스TV=이주영 칼럼니스트 ] “세계 움직임 언어를 말하다”

파리국립고등음악무용원 마스터 2, 무용가 이주영(Joo Lee)
1월 라반 무용기록법 워크숍 서울에서 가져
한국과 프랑스 가교 역할 기대

댄스TV ‘이주영의 아트 피플’ 1호는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무용원 마스터 2에 재학 중인 무용가 이주영(Joo Lee, 이하 Joo)이다. 마지막 논문을 남겨 둔 채 서울에 온 Joo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에 충분하다. 학교, 무용단, 기관 등에서 많은 러브콜이 있으리라 본다. 유쾌함과 진중함, 매력과 능력이 넘치는 Joo와의 인터뷰는 올 1월 강남에서 진행됐다.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여러 화제들이 오간 인터뷰는 마치 무대 공간의 호흡과 에너지처럼 생생했다. 2월 파리로 가기 전, 무용가 Joo와의 인터뷰는 파리의 예술성과 한국의 고유성이 침잠되고 부유된 특별한 시간이었다.

Q.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저는 현재 프랑스에서 프리랜서로 활동중인 무용수 겸 연출・안무가, 무용 선생으로 키네토그라피(라반노테이션・Kinetography Laban)를 공부하고 있는 이주영이라고 합니다.”

Q. 파리국립고등음악무용원(Conservatoire National Supérieur de Musique et de Danse de Paris・CNSMDP), 18세기 말에 세워진 권위있는 최고 대학입니다. 학교에서 논문만을 남겨둔 상황인데요. 학교, 전공, 준비하는 논문 등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제가 다니고 있는 파리국립고등음악무용원은 말씀하신대로 1795년에 설립된 음악과 무용 예술을 전파하기 위한 프랑스 최초 국립고등예술원입니다. 명성으로 인해 국제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다녔던 학교로도 유명합니다. 음악, 무용, 학회 코스 등 풍부한 프로그램 덕분에 창조, 연구 및 대중에 대한 개방성 강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제가 하고 있는 키네토그라피(라반노테이션)는 운동(움직임) 분석 및 쓰기가 정식 교육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졸업 후 시스템 전문가, 교육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치가 된 세계에서 유일한 학교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키네토그라피 라반(라반노테이션)은 이미 직업 예술인 혹은 관계자, 무용전공자들은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비 예술 직업인들은 아직도 생소한 것이 바로 이 키네토그라피 라반입니다. 초창기 무용 악보는 저장 수단으로 음악 악보처럼 춤을 악보에 그린 후에 무용공연을 재현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루돌프 본 라반(Rudolf von Laban)의 작품으로 창시된 라반노테이션은 단순히 춤을 종이에 기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운동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무용으로 발전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무용가들이 사용 중입니다. 오늘날에 와서 이 시스템은 여러 방면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안무가들의 움직임 창작과 작품 연출 또는 무용수 사이에서의 동작 이해, 심지어 움직임을 통한 심리치료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사실 저는 이 시스템의 교육자나 전문가가 되고자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안무를 하는데 있어 너무나 많은 소스와 재료를 준다는 것에 매료됐습니다. 또한 한국무용교육 시스템상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배움을 선택했습니다. 라반노테이션은 ‘세계 움직임 언어’입니다. 논문에선 최재혁 무용가의 ‘Call the soul’이라는 작품을 대상으로 움직임을 분석하고 기록합니다. 기록 후 한국무용, 한국현대무용 특징을 설명하고, 춤 설명을 기입해 각 나라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소개하고자합니다. 안무가의 춤 성향 특징을 기입하는 등 한국현대무용에 대해 풀어 각 나라의 키네토그라피 전문가들과 무용가들에게 소개 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작년에는 소논문으로 故 박병천 선생님의 ‘강강술래’, 한국민속춤에 대해 심사위원 앞에서 소개했습니다. 한국무용을 라반노테이션 전문가들은 직접 읽을 수 있습니다. 라반노테이션을 통해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안무도 악보를 보며 그 안무가의 움직임, 특징들을 분석하고, 안무가의 무브먼트를 흡수할 수 있어요. 한국현대무용 무브먼트. 한국무용 느낌이 들어가 있는 작품은 인상적이잖아요아직도 서양에서는 한국 전통무용에 대해 크게 알려지지 않고, 한국의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않다는 점에서 한국 전통무용 움직임 특징이 들어간 현대무용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Q. 지난 달 한국에 와서 라반 무용기록법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교수법과 비교해 볼 때 접근법이나 진행 등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라반노테이션이라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그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접하질 못했어요. 기존에 배운 사람은 있었지만 시스템 사용은 부족했습니다. 시스템에 관심은 있는데 어디서 배워야 되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궁금해했어요.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너무 어려워 보인다. 쓸모가 있을까. 그건 이론수업 아닌가요’ 등입니다. 이번 워크숍(2021.1.10, 17)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어요. 한 회당 30명 넘게 연락이 왔었거든요. 무용학, 실기 전공자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그래픽, 음악, 설치미술 특히 화가 분까지요. 라반노테이션은 기호 체계가 독특합니다. 코로나 상황이여서 실제 인원은 적절하게 조정해서 진행했습니다. 한국어와 프랑스어를 동시에 해야하는 숙제가 있었지만 관심가져 주셔서 좋았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무용계 윗 어르신부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전공 학생까지 잘 모르고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껏 이 시스템에 대해 귀를 열고 관심을 많이 갖지 않았던게 현실이구요. 여전히 우리는 움직임의 이해보다는 화려한 테크닉과 보여지는 것에 대해 집중해 수많은 연습을 통한 훈련 교육에 집중하니까요. 무용계 지도자 분들이 이 시스템에 대해 귀를 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4년 동안 배워온 이 수업은 정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입니다. 한국에서 오랜기간 무용계에 있던 사람으로서 한번도 배워보지 못했고, 또 꼭 필요한 무용 실기, 이론 수업이라는 것을 소개하고 싶어요. 4년 동안의 제 기억으로는 이 수업은 단순히 이론 수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전문 무용수 뿐 아니라 비전공자들도 춤추게, 또 춤을 만드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Q. 라반에 대한 인식을 깰 수 밖에 없는 명제를 던져주셨네요.

“네~ 전문가, 교수가 되려고 배운게 아니라 라반은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에 돌아가 기회가 되면 실기, 안무 뿐 아니라 키네토그라피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Q. 한양대 졸업 후 무용단 운영을 다년간 했습니다. 작품이나 활동이 어떠셨나요?

“대학교 졸업 후 프리랜서로 여러 사립 무용단 활동과 솔로 무용수로 활동했습니다. 페스티벌도 마찬가지구요. 어느 순간 안무에 대한 제안이 들어오면서 무용단 내 부안무가 활동 경험을 가졌습니다. 뮤지컬, 오페라 여러 장르에서도 요청이 있었습니다. 나만의 움직임, 연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장 큰 계기는 몽골 갔을 때입니다. 호기심이 너무 많았어요. 그러면서 무용단 L.va CDC(Contemporary Dance Company)을 만들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나의 스토리와 춤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어린 나이에 개인 무용단을 창단해 젊은 댄서들과 함께 거의 매년 신작을 만들었어요. 겨울안무 페스티벌을 보러 프랑스에 갔었습니다. 우리나라 LG아트센터에선 7~10만원에 보는 작품을 거기에선 1~2만원에 작품을 보고, 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매료됐습니다. 그렇게 알아보다가 현재 학교에 다니게 됐습니다. 실은 제가 다니는 학교가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어요. 안무는 꼭 배우고 싶었습니다. 안무법을 찾다가 학교에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L.va CDC 공연 모습

L.va CDC 공연 장면

Q. 입학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한국의 한국예술종합학교처럼 실기과, 창작과가 있습니다. 지원할 때 포트폴리오, 면접이 중요합니다. 배워서 전파할 사람이여야 해요. 동기가 확실한 사람을 뽑아줍니다. ‘나는 실기하러 왔어요’하면 안뽑아줘요. 프랑스어도 물론 열심히 했습니다.”

Q. 현재 파리에 계시면서 공부와 활동(교육, 안무, 무용 등)을 다양하게 하고 계신데요. 한국과 비교하면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프랑스는 다인종, 다민족 나라에요. 다양한 친구들과 있으니 우물안 개구리라는 느낌도 들었구요. 전 제가 코리안임을 자신있게 말하는 편이에요. 아노타이 댄스 컴퍼니(Anothaï dance company)의 안무가 Tho Anothaï와의 작업, Alexandre Dai Castaing와의 음악 콜라보 작업 등 다양한 분야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은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국내외적으로 확장해 나가야되는 지점입니다.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이 곳에선 무용수로 먹고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에요. 물론 하기 나름이겠지만요. 겁이 없어야 돼요. 재미있었어요. 언어적 노력도 많이해서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 나라의 문화에 들어가야 돼요. 아티스트로 살기엔 좋았던 것 같아요.”

이주영(Joo Lee) 프랑스 공연 모습

Q. 졸업 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국과 프랑스 가교 역할도 기대되고, 귀국 후 한국에서 기여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속이 없는 화려함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4년 과정을 마무리하는 글을 쓰고, 분석해야되는 상황인데요. 발표 잘 하고, 과정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미래 비전과 철학이 명료하고, 한국에서 기대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에 안무학, 안무과가 설립되면 좋겠어요. 저의 역할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춤 스펙트럼의 소유자 Joo Lee

이주영(Joo Lee)

계원예술고등학교 무용과 졸업
한양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파리국립고등음악무용원(CNSMDP) 마스터 2 재학 중
L.va CDC(Contemporary Dance Company) 예술감독 겸 안무가

주요 안무
- 무용 : 그림자 가면(Shadow mask), 화(Anger), 파장(Wavelength), 껍질 벗기기(Peeling) 외
- 연극, 오페라, 댄스컬 : 파우스트(Faust), 탄하우저 (Tannhauser) 외
- 케이팝 : 가수 HA:TFELT(예은) ‘Ain't nobody’, 선미 ‘24시간이 모자라’ 외

주요 수상
- 2016, 2015, 2014, 2013 성남예술가연합회 무용부문상 수상
- 2012 강원도 안무페스티벌 안무상 수상
- 2011 서울국제무용대회 현대무용 부문 파이널리스트

글_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 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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