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자로 풀어낸 한국 전통 미니멀리즘 '묵향', 프랑스 파리 관객 사로잡는다.
장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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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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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장세진 기자] 오는 12월 8일, 주프랑스한국문화원 파리 코리아센터 개원 축하 기념으로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 '묵향'이 ‘팔레 데 콩그레 드 파리(Palais des congrès de Paris)’ 무대에 오르게 되어 화제다.
2013년 초연한 ‘묵향(墨香)’은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무용가이자 안무가였던 故최현의 유작 ‘군자무’(1993)를 바탕으로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았다.
이 공연은 초연 당시부터, 기본에 충실한 한국 춤과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무대, 감각적인 의상이 완벽한 삼박자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용계 안팎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무용수의 미세한 움직임이 만드는 깊이를 간결한 미장센 안에 담아낸 윤성주의 안무와 국립무용단 ‘향연’(2015), ‘춘상(春想)’(2017) 등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보한 정구호의 연출이 만들어낸 한국무용 신드롬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12월 8일 '팔레 데 콩그레 드 파리'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묵향'
작품은 서무와 종무 그리고 매·난·국·죽 총 6장으로, 사군자가 상징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을 통해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을 담아낸다. 둥근 치마 사이로 살짝 보이는 버선코, 여인의 손끝을 아름답게 받쳐주는 저고리 등 무용수의 움직임을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의상이 마치 한복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며 정중동의 미학을 표현한다.
무대 상부에서 흐르는 네 개의 흰 스크린이 무대 뒤편과 바닥을 감싸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사군자의 화려한 색상이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완성된다. 음악 역시 산조와 같은 전통음악에 서양 악기가 살짝 개입하는 형태인데, 타악기를 배제하고 선율로만 구성해 여백의 미가 더욱 돋보인다.
‘묵향’의 작품을 구성하는 무용, 의상, 음악 등 주요소는 최대한 전통 양식을 유지하면서도 동시대적 미니멀리즘을 표현해 전통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평이다.
12월 8일 '팔레 데 콩그레 드 파리'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묵향'
이 공연은 초연 2년 만에 세계 무용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오사카 NHK홀에서 열린 공연이 전석 매진됐고, 2016년 2월에는 세계적인 페스티벌인 ‘홍콩예술축제(Hong Kong Arts Festival)’에 한국무용으로는 처음 초청돼 현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2회 공연이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묵향’에 대한 관심은 유럽으로 이어졌다. 2016년 6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리는 70년 전통의 ‘레 뉘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les Nuits de Fourvière)’에도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초청받아 공연을 펼쳤다. 2019년 4월에는 유럽 3개국(덴마크·헝가리·세르비아)의 수교 기념 공연 투어를 통해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무용 한류'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묵향’이 이번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관객들을 만나며 어떠한 평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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